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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Oct 10. 2017

The Table Setter가 만난 사람들

Ep.3 : PQR Creators Label 천인우 디렉터  

시끌벅적한 수원역에서 탑동 방면 버스를 5분 정도 타고 가면 나무가 우거진 낡은 단지가 나온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낯선 분위기가 풍기는 조용한 이 곳은 경기도 청년들이 만든 문화공간, 경기 상상 캠퍼스다. 구 서울대 농대부지를 리모델링한 이 곳에는 3d 프린팅부터 공방, 디자인 상품 제작, 심지어 디제잉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청년 문화 기업들이 상주하고 있다. 우리는 그중에서 디자인 랩을 운영하고 있는 ‘PQR’을 만나 4주 차 워크숍을 진행했다.

디자인 랩은 강렬했다. 빨간 바탕에 얼룩 소가 바둑판식 배열대로 그려진 벽, 난해하면서도 귀여운 PQR의 캐릭터 상품들, 신나는 노래. 낡은 외관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낯선 이 곳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이 궁금했다. 우리는 디자인 랩에서 PQR을 이끌고 있는 천인우 디렉터와 인터뷰를 했다.


PQR Creators Label 천인우 디렉터


Q. 안녕하세요! 공간이 정말 강렬합니다. 이 곳은 어떤 곳인가요?

디자인 랩은 일단은 평판 인쇄 계열의 프린트 샵, 디자인 공간입니다.  인쇄물을 소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기를 갖추고 있고요. 주변 사람들이 창작물을 저렴하게 제작하는 곳입니다. 현재 서울 이외에는 없던 '리소그라프'라는 프린트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디자인랩에서 진행하고 있는 워크숍 모습. 뒤에 보이는 벽이 강렬하다.


Q. 디자인 랩에 입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로 올라가면 아버지가 사진작가셨어요. 그래서 컴퓨터나 디자인 기기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죠. 중학생 때부터 포토샵 같은 툴을 다루면서 놀았어요. 그런데 사진보다는 패션 쪽을 하고 싶었어요. 일본으로 가서 패션 공부를 하기도 했고요. 일본에 있을 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프린트 디자인을 시도해서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결과는 실패였어요. (웃음) 적지만 자본금도 다 날려버렸어요. 그 상황에서 사무실 임대료는 계속 내야 했기 때문에 급하게 여러 외주 디자인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보니 디자인 스튜디오에 머무르고 있어요.
지금 같이 하고 있는 리즈 씨는 서울에서 프린트 디자인을 하다가 만났어요. 리즈도 저처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분은 아니었어요. 전공은 무대의상을 작업하던 사람이더라고요. 그런데 색감, 비주얼, 스타일이 저와 잘 맞아서 같이 작업을 몇 번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더 창의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PQR'을 설립했어요.

지금 경기 상상 캠퍼스에 입주하게 된 과정은, 수원에 PQR books라는 책방을 운영하게 되면서였어요. 저희가 디자인 샵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동안은 오피스텔에서 디자인 사업을 했거든요. 1층에 디자인 샵을 운영해보고 싶어서 지금 책방 자리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했죠. 그런데, 저희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만으로 활용하기엔 너무 넓었어요. 남은 공간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책방을 하기로 했죠. 소상공인이기도 하고, 지역 디자인 활동도 하다 보니 수원시에서 저희를 관심 있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나중에 경기 상상 캠퍼스 아트 디렉션을 맡아서 해주다가 이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지원서를 쓰고, 입주하게 되었어요.

현재 PQR Books는 수원 화성행궁 근처에 위치해 있다.

Q. PQR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몇 명 인가요?

4명입니다. 상근직이죠. 저하고, 영상을 담당하는 류 팀장, 총괄 기획하는 리즈,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가희씨, 이렇게 4명이고요. 리즈가 디자인을 창조하면, 저나 류 팀장이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팀이 운영되고 있어요. 

Q. 이윤 창출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안 됩니다. (웃음) 책방에서도 나지 않고, 디자인 랩에서도 나지 않아요. 주로 외부 의뢰를 받아서 고객이 원하는 그래픽 디자인, 브랜딩 사업을 하는 것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고요. 미미하지만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이윤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희가 꿈꾸는 방향대로 이윤이 창출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에요. 저희의 디자인이 대중한테 직접 소비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죠. 그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요즘은 저희 디자인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의뢰가 많아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Q. 주로 외주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요?

오히려 저희의 색깔을 빼는 게 더 어려웠어요. 리즈가 자기만의 디자인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데, 자기 디자인을 살리지 못하면 존재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저희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 과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PQR 리소그라프 인쇄물


Q. 지금까지 작업하시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다면?

저희 작업 스타일이 프리랜서에 가까운 편이에요. 리즈와 저는 부부다 보니까 출퇴근 시간을 정해두고 있지 않고요. 해외로 떠나고 싶으면 다녀오고...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재작년에 처음으로 정직원을 뽑으면서 이전처럼 자유롭게 일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전보다 책임감도 필요했고요. 더구나 가희씨랑 같이 일하게 된 지 3~4개월 될 즈음에 그동안 했던 사업들이 갑자기 끊겼어요. 함께 할 사람이 늘었는데 사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 와서 많이 힘들었죠. 그때 서로 "힘들지만 잘 견뎌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그 이후로 서로 신뢰가 두터워져서 그런지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두세 달 정도 힘들어질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리면, "뭐, 어차피 작년에도 힘들었잖아요~"하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앞으로 PQR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저희가 먹는 것을 좋아해서 식당을 해보고 싶어요. 행궁동에 맛집을 만들어서 청년들이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엔 이 식당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죠. 단순히 밥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식당을 테마로 한 굿즈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작게나마 파티를 열어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조금씩 실험을 해보고 성공하면 그 탄력으로 다른 분야의 실험도 지속적으로 해보려고 해요. 단순히 단기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익이 나면서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자료집에 사례로 기록만 남아있는 것 말고, 계속 진행되고 발전되는 사업을 하는 것이죠.

 공간 브랜딩도 하고 싶어요. 죽어있는 공간을 다시 살려서 지역 명소로 발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사진 = 박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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