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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Sep 10. 2018

마지막 인터뷰 초안을 끝내고

2018.07. ~ 2018.09.

마지막 인터뷰 초안을 다 썼다.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10명의 주거문제 활동가, 주거문제 당사자들을 만났다. 그 만남의 기록을 오마이뉴스에 인터뷰 기사로 송고했다. 
이번 인턴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그것들을 날 것 그대로 써보고자 한다.


우선 주거는 인권이라는 것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세 가지 중 하나인 '주(住)'를 우리나라에서는 상품 취급한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2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더 싼 곳을 찾아 멀리 가는 곳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저 시장에서 지불용의가 높지 못한 수요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은 수 십, 수 백 채를 가지고 있고, 돈 없는 사람은 거리에 나앉는 이 현실을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바꾸어야 하는 '문제'다. 세입자가 원하는 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가 주택을 매입 또는 신규 공급해서 가난한 이들도 최소한의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유럽은 하고 있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집이 상품이 아니라 인권으로 생각해야 한다. 집 없는 사람을 '게으르다'라고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살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는 정부에게 "인간답게 살 공간을 마련해달라"라고 요구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적어도 주거공간, 집은 쾌적해야 한다는 사회 통념이 만들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고, 그런 사회를 위해 내가 작게라도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깨달은 것은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민주시민교육이 왜 튀어나오나 싶지만, 각자 당면한 문제를 공론화할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주거문제에 그리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인턴활동을 하면서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 한편으로 무서웠다. 내가 관심을 갖지 않거나 아예 문제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어느 분야에서 지금도 누군가는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어차피 한 사람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알 수는 없으니 각자 당면한 문제를 사회에 말하고, 정치인에게 해결방안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능력을 갖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고, 앞으로 나는 민주시민교육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데 힘을 쏟고 싶어 졌다.


마지막으로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나는 글에 자신이 없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자신 없지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마구 쓰고 있다. 
그런데 내가 쓴 인터뷰 기사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분이 나타났다. 감사하다고 카톡을 보내주셨는데, 그 문장을 읽을 때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보람과 희열이 모두 섞인 오묘한 기분. 
현대 사회를 살면서 글은 현대인에게 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앞으로 나는 계속 글을 쓸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글을 써야 할 때, 이번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기사든, 연구물이든, 에세이든, 그 무엇이든.


지금 생각해보면 <시민사회 청년인턴> 활동은 무모한 결정이었다. 10월 입대를 앞두고 굳이 인턴을 할 이유는 없었다. 주변에서도 군대 들어갈 사람이 뭘 그렇게 바쁘게 사냐고 구박했다. 나 스스로도 인턴 활동 중간에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절실히 깨달은 것들이 있고,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제대 후에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뿌듯한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이 글이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을 위해 살아갈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아래 사진은 그동안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다. 내가 사진에 없는 것은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만났던 주거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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