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결제, 핀테크 그딴 이야기
지난주(‘18.4.12)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모바일 간편 결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발언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모바일 간편 결제 이용에 따른 '혜택 부여 방안'과 '우리나라 결제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이해당사자별 생각하고 느낀 바가 달랐겠지만 정부의 지속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드사들에게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무겁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부 정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길래 카드사가 불편한 마음을 가진 것인가? 먼저 혜택 부여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 결제 사용에 따른 혜택은 결제자 및 가맹점에게 돌아간다. 결제자의 경우 기존 결제수단 - 신용카드 일 것으로 추정 - 대비 ‘소득공제 혜택이 강화’ 되고 해당 결제를 수용한 가맹점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 된다. 위와 같은 혜택 부여로 급격히 성장한 체크카드 사례를 생각해보면 모바일 간편 결제 또한 지금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무리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모바일 결제 상황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살펴보자.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익숙하여 모바일 결제로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삼성페이, LG페이 등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모바일 결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어떻게 다른 것이고 다르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 Pay)를 언급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는 카드와 계좌 모두 연동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모바일 간편 결제를 대표하는 두 서비스의 경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주로 연동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개인 금융계좌를 직접 연결하여 사용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정부 정책 방향을 추측할 수 있다. 정부가 활성화하고자 하는 모바일 간편 결제는 개인 금융계좌가 모바일에 직접 연동된 알리페이, 위쳇페이 같은 방식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카드가 연동되는 모바일 결제 방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결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삼성페이와 LG페이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국내에는 정부가 예시로 들었던 삼성페이, LG페이 보다 인지도 및 사용 빈도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다양한 모바일 간편 결제 -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 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삼성페이와 LG페이를 언급한 것인가?
두 간편 결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정부 의도를 추측해보자. 삼성페이, LG페이 모두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결제수단이다. 즉, 정부가 추진하는 모바일 간편 결제 활성화 정책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정부 정책 방향을 정리해보자. 정부는 카드가 아닌 개인 금융계좌를 직접 연결한 모바일 간편 결제가 오프라인 영역에서 활성화되는 것을 희망한다. 모바일 간편 결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결제자에게는 기존 결제수단 대비 차별적인 소득공제 혜택을 가맹점에게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제 카드사의 시름을 이해했는가?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지금까지 카드사를 힘들게 했던 그 어떤 정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이것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같이 단순히 카드사 수익 하락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카드사 패싱‘을 장려하는 정책이며 카드 사용액 중 9할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결제 영역에 대한 것이다.
오프라인 영역에서 모바일 간편 결제가 카드 결제를 대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결제자는 익숙한 카드 대신 모바일을 꺼내야 한다. 결제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제 인프라 영역에서도 이슈가 존재한다. 삼성페이, LG페이와는 다르게 기존 카드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모바일 간편 결제 사업자는 가맹점 및 VAN과 협력하여 결제 단말기를 변경 개발해야 한다. 또한, VAN 대리점, VAN 수수료 등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많은 이슈가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영역에서 모바일 간편 결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바일 간편 결제 활성화 정책은 정부의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드사들에게 엎친데 덮친 격이며 향후 생존 전략을 심각하게 다시 고민하게 만들 사건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두 가지 궁금증 혹은 호기심이 남는다. 정부 정책에 결제 산업 이해당사자들과 시장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움직일 것인가? 카드사 패싱 정책에 카드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숙제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