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30.
신랑과 함께 산지 어느덧 8년.
나와 여러모로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엄청난' 결혼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실제로 같이 살아보니
내가 사람보는 눈이 좀 있긴 한 것 같다.
옥의 티라면
우리 신랑은 회를 싫어한다.
나는 광어회 한 접시면 소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우는 아버지를 두었으나,
신랑은 술이나 회라면 손 사레를 치는 아버님을 두었다.
신랑은 회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어서
조금만 회 상태가 안 좋으면 토사광란이 일어난다.
반면 나는 왠만한건 다 소화시킨다. (이게 좋은 건가 먼가)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고 '좀' 좋아하던 회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지난 주에 기운없다고 툴툴거리던 나를 위해
신랑이 퇴근길에 회를 포장해왔다.
신랑이 물었다.
"다 먹을 수 있겠어?"
나는 신랑의 우려가 무색하게 뚝딱 회접시를 비워나갔다.
"우리 아빠랑 먹었으면 소주 찾았겠네"
그리고 그 다음주,
신랑은 시키지도 않은 이쁜 짓을 했다.
나는 회를 추가해가며
매운탕까지 실컷 먹어댔다.
아빠와 소주도 한 잔 했다.
회를 먹어서
가족들과 먹어서
훈훈한 저녁 식사였다.
그런데 반전.
엄마가 집에 돌아가서
아빠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지지배가 회먹고 싶어서
우리 부른 거였어.
엄청 잘 먹더라"
+
엄마,
그런게 아닌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
어찌되었든
'숙성회'는 사랑이다.
맴이 예쁜 신랑 덕분에
우리의 사랑도 숙성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