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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인 눈 Oct 14. 2022

정신을 30차례 이상 차리고 보니

여긴 독일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여유롭게 생활을 즐기다가 혹은 바쁘게 살다가 찰나에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여러 가지 잡념들에 휩싸이다가 흘러가듯이 혹은 어떤 잡념에 인생의 회로가 바뀔 수도 있는 경험을 한다. 그것이 작은 물길이 될 수 있고 큰 물길이 될 수 있겠지만. 


나는 현재 독일에 작은 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다. 어떻게 여기까지 내가 흘러들어왔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게 된다. 이 말은 현실을 자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맥락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럼 그전까지는 현실이 아니었나? 그건 아니겠지. 정신을 놓고 일한다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가 터지고 유럽 전체가 락다운 걸린 마당인 2020년 4월에 독일로 어째 어째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한 달 빼고 쉼 없이 일을 했다. 

뭐 이건 내가 원하는 바였지만, 현재 나의 정신과 육체 상태를 점검하는데 그때로 돌아가게 되면 현재 원하는 바를 이룬 나를 나는 뿌듯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선택지도 많은데, 왜 나는 꼭 독일을 선택했어야 했고 해야만 하도록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용을 쓰고 했었을까?라는 답에는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현재도 뚝심 있게 있다. 


현재 많은 선택에 기로에 또 서있는 나를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감상만 하고 있던 타자기를 오랜만에 글로 두서없지만 써본다. 


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더 훨씬 많은 경험을 통해서 나를 잘 다독이고 내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싶다. 

정말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선택을 해서 지금 여기까지 온 나를 후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는 후회의 후회의 꼬리는 물면 나는 내 삶이 마감할 때도 후회를 할 것 같다. 

노인 때는 귀엽고 여유로운 할머니가 장래희망인 나에게 귀엽지도 후회에 휘몰아치는 할머니는 곤욕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최선을 다한 나의 선택에 미련이 남는 건 내가 욕심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A라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B를 선택함으로써 A의 길에서는 전혀 펼쳐지지 않는 경험들을 넘겨야 하는 몫을 나는 스스로 점점 감당하기 버거워 무엇을 펼치기 두려워하는 성질로도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나는 앞뒤 재지도 않고 원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거침없이 달려드는 성격인 걸로 기억한다. 젊을 때는 무엇이 두려웠었나, 아무것도 없었지. 30대인 나는 현재 나이가 주는 압박감과 그에 따른 금전적 압박감은 날것이었던 나도 흐물흐물하게 만드니 사람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또 든다. 


그렇다면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함으로써 최소로 후회하지 않을 그 확신을 내게 심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계산을 두들겨봐도 최소로 후회하지 않을 그 확신은 내가 무언가 계획한들 나중에 크게 느낄 수도 있다는 불현듯 한 가능성을 봤다.

자 그럼 다시 돌아가서 원초적인 나를 끄집어서 생각을 해봤다. 예전처럼 앞뒤 재지 않고 금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것처럼 덤벼들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나는 그래도 덜 후회하는 삶을 보낼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현재처럼 코로나 때에 독일에 들어와서 맨땅에 헤딩하여 일자리 구하고 현재까지 살아가는 것 보면 한 발짝 용기를 냈기에 이곳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나의 연인의 반려묘인 고양이가 내 허벅지 위에서 자는 모습. 

이 고양이 때문에 타국에서 서걱거렸던 마음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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