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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은솔 Nov 02. 2017

기브 앤 테이크에 대하여

위험한 거래

왜 항상 나만 퍼줘야 하지?


인간관계에서 한쪽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시작하면, 관계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런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언제나 나만 희생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배우자나 가족, 친구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느낍니다.

우리는 정말 그들에게 매 번 퍼주기만 했을까요?




종종 "사랑은 Give and Take야."라는 말을 쉽게 듣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수긍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사랑을 해서 결혼하고 이어온 부부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결과적으로 내가 했던 만큼 나도 받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감정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부의 관계도 Give and Take를 기준 삼아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득 재밌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 "오늘 내가 밥을 먹였으니, 너는 차라도 내려줘야 인지상정이지."

# "내가 시계를 사줬으니, 당신은 가방이라도 사줘야지."

# "어제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것 용서해줬으니까, 나도 오늘은 외박을 좀 해야겠어."(???)


갑자기 우리의 관계가 Business partner가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제공한 감정적 재화를 너는 응당 제 값을 주고 사야 하는 것처럼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런 시각을 지속하다 보면 Relationship은 사라지고 Partnership만 남은 부부가 됩니다.


이런 와중에 상대방이 불공정 거래를 시작합니다.

내가 밥을 했는데, 일이 바쁘다며 밥만 먹고 설거지를 안 하고 나갑니다.

화가 납니다. 일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쁘길래 나의 노고를 저렇게 당연하게 받아먹고 일어나버리는지,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밤새 뒤척입니다.


이 시점에 다시 생각해봅니다.

부부나 연인의 사랑이 내가 받을 결과를 정해놓고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은 아닙니다.

별다른 조건 없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만으로 한없이 퍼주고 싶은 마음을 상대방에게 주었을 때,

비로소 나도 그러한 진심을 담은 마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펄펄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정말 내가 매번 희생하기만 하기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내가 받을 것을 먼저 기대하고 실망하길 반복해서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사랑을 시작하던 시절, 나의 피로함을 뒤로한 채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휴대폰이 뜨거워지도록 밤을 지새 통화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내게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 없지만, 그냥 단지 예뻐 보여서 "사랑해"라는 고백을 조잘거렸던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지 않는 마음들을 차곡차곡 담아 건네주었을 때, 바로 그 사람이 내 곁에서 같은 마음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바로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입니다.


사랑하는 과정에, 받을 것을 먼저 생각하고 주지 마세요.

Give and Take는 그저 결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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