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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은솔 Sep 03. 2018

6하 원칙으로 보는 핀테크 3.0(1탄)

(사골주의) 한국의 3세대 핀테크를 말한다.

5년 전 쯤, 주니어들이 점심시간에 모여 막연한 불안감에 나눴던 대화가 있습니다.

# "요즘 갑자기 핀테크 어쩌고 기사 나오는데, 이게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

# "몰라. 솔직히 전자금융이라는게 이미 다 있는 건데, 이름만 거창하고. 괜히 규제만 늘어날 것 같아."

# "아, 또 귀찮아지겠네."


2013년 즈음 언젠가. 어느 행성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핀테크>라는 낯선 단어에, 우리들은 꽤 당황했습니다.

이미 ATM서비스도, 지급결제 서비스도 다 ICT 를 이용하고 있는데, 금융이 IT 기술과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하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도대체 지금 있는 서비스 말고, 뭐가 더 있다는 걸까? '

그리고 2018년. 우리는 3세대 핀테크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전자금융의 역사

아시다시피 핀테크(FinTech)는 IT기술을 이용한 금융산업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금융에 기술이 접목된 것은 1970년대 부터 진행해왔던 일입니다. 1세대 전자금융의 태동 시기, 개별 금융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시작되고 CD/ATM기기가 구축되던 것이 무려 40여년 전입니다.

안정적으로 개별 금융사의 전산화가 마무리되자, 전자금융 2세대로 발전하면서 금융권별 공동전산망이 확대됩니다.

1세대 금융업무 자동화 시기에는 각 은행이 내부 전산망을 확충하는 것에 그쳤다면, 2세대로 넘어오면서 서로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죠.

국민은행 계좌에 있는 나의 돈을 조흥은행의 ATM기기에서 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된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한국은행 금융망(BOK-WIRE)이 구축되면서, 찍어낸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겨나게 됩니다.

1990년대, 세기 말의 흐름을 업고 유승준 오빠가 인터넷망 광고를 하던 그 시절.

인터넷망이 각 집으로 연결되면서 전자금융은 3세대 발전단계로 넘어갑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도 컴퓨터 수업이 새로 개설되고, 각 집에 PC 한 대씩 사기 시작했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시장이 형성되듯, 자연스럽게 디지털 세계에도 유통채널이 확산됐습니다. 이 시점 인터넷 금융거래와 전자상거래가 출현하기 시작합니다.

은행을 필두로 한 주요 금융사들은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 트레이딩과 같은 web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 기반 기술의 확장은 온라인 유통 채널의 확장과 인터넷 생태계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하게됩니다.

이 시점 사용자의 카드번호,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다 입력해서 결제(key-in방식)하는, 초기버전의 결제시스템이 시작되었습니다. 핀테크의 시발점을 이 때로 보는 시각이 주요합니다.

그리고 2000년 이 후, 스마트폰의 출현은 금융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마트기기가 개별 가정이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금융권은 모바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금융을 혁신하기 시작합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업을 영위하는 제도권 금융사들은 web이 아닌 app 형태의 고객 접점 채널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각자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바일 형태로 옮겨왔습니다.

인터넷 결제 시장도 모바일 기기의 확산을 토대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등장시킵니다. 이 후 안전결제와 안심결제 등의 카드결제 시스템의 혁신이 시작되면서, 금융결제 시스템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전략이 우위를 선점합니다.


WHEN does start Fintech 3.0?

<핀테크 3.0> 이라는 단어는 2016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이 시점에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은 성숙기에 도래한 상태였는데요. 2세대 핀테크까지는 PC 보급에서부터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같은 접점채널의 변화가 전자금융의 발전을 주도해왔지만, <핀테크 3.0>은 완전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띄기 시작합니다.


2016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저는 가장 주목해야할 사건으로, 2015년 11월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예비인가 승인을 떠올립니다.

3년 전 이 때, 업계에서 이 뉴스를 바라봤던 저도 상당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동안 금융사업은 지주사와 같은 이른바 금융재벌이 독식하는 구조로 오랜기간 유지해왔는데요. 금융을 모태로 하지 않는, '카카오'와 'KT'가 1금융권에 진입한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거든요. (업계의 일부에서는 그들이 결코 위협적이진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국내 금융사가 일부 지주를 중심으로 산업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금산분리&은산분리' 기조를 중심으로 한 은행법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권 회사의 경우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지분을 4%만 취득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2002년 이미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손을 잡고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추진하려다가 실패했었고, 2008년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한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에서 추진되었던 은행법 개정안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기존 금융사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장기화되고 있던 때, 2016년 즈음을 시작으로 그 곤고했던 벽이 <비금융권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조금씩 깨어지기 시작합니다.


WHAT has changed?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격은 기존 금융권의 시각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3세대 핀테크가 열리기 이 전의 제도권 금융사는 언제나 '회사'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의 흐름도, 고객을 인증하기 위한 인증수단 아이디어도,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사후 관리 역시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공인인증서가 십수년동안 욕을 먹어온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또 하나. 이미 1970년대에 전자금융이 태동해 금융업권 내부적으로는 전산화를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만! 고객이 느끼는 금융에 대한 접점은 여전히 오프라인 사업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마켓이 확장되면서 결제사업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했지만, 신규 계좌 개설, 금융 상품 가입과 같은 적극적인 금융거래는 여전히 창구에서 업무처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왔습니다. 무려 2010년대 초반까지도 말이죠. (비대면 금융거래가 도입된 것이 2014년 경입니다.)


그러나 핀테크 3.0 의 도래로 다음카카오(*카카오뱅크 및 카카오페이 등 서비스 제공)나 KT(*케이뱅크)와 같은 IT대기업, 또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TOSS 서비스 제공)와 같은 스타트업이 금융서비스에 진출하면서 이러한 시각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IT기반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이러한 기업들은, 친고객정책과 고객중심의 UI/UX를 중심으로 진화했습니다.


번거로운 1차, 2차 인증을 걷어내고 모바일 기기에 특화된 패턴, 간편, 지문인증으로 소액송금을 할 수 있는 TOSS앱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젊은층은 환호했습니다.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20~30대에게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가벼운 앱의 활용성은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직관적인 UI를 내세운 TOSS
*TOSS 홈페이지 발췌

우리나라 내수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민소통앱 카카오톡. 이 공룡과 같은 SNS를 움켜쥐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플랫폼 위에 얹어진 금융서비스란! 사실 망할래야 망할 수가 없는 구조를 가진 신사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결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는 카카오페이, 그리고 제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이 두가지 갈래의 금융업 진출은 앞으로 다음카카오 플랫폼의 발전 방향과 맞닿아 있으며, 추후 각자 서비스의 성장을 서로 도와주며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카카오 플랫폼의 패밀리십을 강조한 카카오뱅크


핀테크 3.0 을 시작한 비금융기업의 금융산업 진출 이벤트.

이 사건은 2015년 이 후, 기존 금융업의 IT부서에 획기적인 혁신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 방식"을 고민하라는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았다고 감히 선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비약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사실 이 요구를 빨리 깨닫고 움직이는 회사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WHERE does it change?


현재 핀테크 3.0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IT기업들입니다.

국내를 보아도 그렇고, 가까운 중국이나 싱가포르, 미국, 영국의 사례를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IT 기업 역시 20세기부터 있어왔던 산업인데, 왜 이제서야 금융업에 진출하는지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저는 그 사건은 바로 스마트폰의 확산, 모바일 중심의 세계가 새로 펼쳐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1가구 1채널이었던 PC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1인 다채널인 스마트폰의 세상이 왔습니다.

저희 집도, 저희 부모님댁도 더 이상 PC를 사용하여 검색이나 기록을 남기지 않습니다. 전화기 모뎀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하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는 각 집집마다 무선 공유기를 가지고 휴대폰은 물론 냉장고나 TV에 연결하는 IOT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네트워킹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폰의 진화는 내 손안에서 검지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우주를 탄생시켰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내ㅐ 손가락을 이용하여 주변 생활을 영위하는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탄생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죠.


때문에 금융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발전한 것이 인증 서비스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PC를 통한 금융업무는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여러 결제 서비스 기업들은 모바일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서 패턴인증, 간편인증, 지문인증 등을 도입하면서  1인 1채널인 스마트폰을 활용했습니다.

이렇게 개인인증수단의 발전은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되었고요.

지금은 대부분의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계좌개설 및 업무는, 휴대폰인증과 계좌인증, 개인 스마트폰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문인증 등을 섞어서 본인인증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즉, 핀테크 3.0 의 주요 서비스는 단순한 인터넷 세계가 아닌, 모바일 시장을 구심점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핀테크3.0 으로 누가 변화하고 있는지, 무엇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왜 금융은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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