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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은솔 Sep 13. 2018

6하 원칙으로 보는 핀테크 3.0(2탄)

플랫폼과 핀테크. 그리고 규제.

모바일, 그리고 플랫폼

앞선 글에서 핀테크 3.0의 도래, 즉 IC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은 '모바일'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했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이 아주 1차적인 사건이었다면, 이 시점의 2차 사건은 구글의 Google Play 마켓과 애플의 App store 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PC 통신이 막 보급되던 시절. 그러니까.. MS-DOS를 사용하던 시절(dos화면을 요즘 10대들도 알 수 있을까요?ㅎㅎ) 에는 각 개발자들이 각자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저질(?)의 프로그램 실력을 뽐내는 것이 인기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플로피 디스켓으로 저장매체를 사용하던 그때에는, 개인 프로그래머가 만든 조악한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디스켓에 말아 넣고 ,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달하며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죠.(라고 선배에게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이 지나 각 가정의 PC에 MS의 Windows라는 막강한 OS가 보급되면서, 개인 프로그래머의 조악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 자리는 대신 <벤처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몸집이 커진 기술 기업의 프로그램들로 차곡차곡 채워졌죠.

그 기업들은 지금은 중국, 북아메리카 등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게임회사로, 또는 취약했던 windows의 보안성을 높여주는 사설 백신 회사 등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windows와 함께 기술 기업들이 나름의 포지셔닝을 잡아가던 중,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는 프로그래머 자영업자(?) 들에게는 일종의 탈출구가 되었습니다.

windows 안에서는 풍부한 자금력이나 인지도가 되지 않으면 쉽게 홍보하기도 힘들었던 개인의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이,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대기업이 치고 들어오기 전에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장이 열렸던 것이죠.

게다가 이 모바일 앱 시장에서는 공정한 배분을 넘어 인센티브를 제공했습니다. 플랫폼 제공자만의 수익모델이 아니라, 참여자, 생산자, 기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설계를 비교적 공정하게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자영업자 프로그래머들이 생산한 신통방통한 앱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모바일 확산 초기에 폰이 갖고 있었던 화면의 제약, 성능의 제약이 오히려 개인 개발자에게 이득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제약사항 덕분에 프로그램 개발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자금의 부담을 덜 수 있었을 테니까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가벼운 아이디어와, 개인의 개발 능력만 있으면 빠르게 앱을 만들어서 올려보고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개별 앱이 소비되는 생태계를 보면서 대기업은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들 사이에서 앱으로 경쟁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저 콘텐츠들을 붙여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

그렇게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을 갖고 있는 IT기업들은 모바일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WHY has been changed?

얼마 전 스터디 모임에서 글로벌 여행 업계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호텔을 예약하고 최저가 항공기를 찾는 여행 서비스 앱들이 크게 booking.com 계열과 expedia 계열로 나뉜다고 하더라고요. 두산백과를 찾아보아도 각각의 기업들은 여행서비스 콘텐츠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회사라고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익스피디아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무려 100여개! (트립어드바이저, 호텔스닷컴, 홈어웨이도 다 익스피디아 소속이었다니..)

http://www.traveli.net/news/view.php?no=3017

단순히 나의 여행을 최저가로 모셔주는 서비스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플랫폼 회사였습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플랫폼 회사에는 돈이 모입니다. 모바일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결제된 수많은 자금이 가장 상위 레벨에까지 쌓이게 될 겁니다.

기업이라면 이 풍부한 자금은 잘 운용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싶겠죠. 그리고 더 약은 기업이라면 거기에 더해서 거둬들인 수익을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고객이나 콘텐츠 제공자에게까지 잘 퍼트리려고 할 것입니다.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많을 때 성공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수익의 배분은 성공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수익배분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플랫폼은 비로소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미 비밀을 알고 있는 발 빠른 기업들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WHAT does Fintech change?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신선한 콘텐츠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대로 각자의 활로를 모색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업분야. 금융사업은 반드시 선점해야 한다는 목표의식도 생겼을 것입니다.

가까운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을 보면 확실히 드러나죠.

시작은 알리바바라는 온라인 유통기업이었지만, 현재 큰 수입원 중 하나는 금융사업분야입니다.

타오바오로 통하는 중국 최대 쇼핑몰에서 중국 고객이 상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서는 즈푸바오(支付宝)라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거쳐야 합니다.

짜가가 판치고(?)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는 중국인들에게 얼굴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직 받지도 않은 물건의 값을 지불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에 알리바바는 고객에게 즈푸바오라는 일종의 가상 지불 지갑을 만들어 주고, 소비자가 충전해둘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받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면, 즈푸바오는 상품대금을 결제하도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고객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즈푸바오에는 사람들이 대금 결제 후 남은 돈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는데요. 알리바바는 이때 위어바오라는 MMF 금융상품을 출시합니다.

즈푸바오에 들어있는 여유자금을 위어바오에 이체하면,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텐홍 펀드에서 해당 자금을 운영합니다. 텐홍펀드는 위어바오를 통해 원리금을 지급하며, 즈푸바오로는 실시간 환매 / 고객이 연결해놓은 은행 계좌로는 이틀 내로 고객에게(뿐만 아니라 특히 알리바바에게) 수익을 가져다줍니다.


내가 쇼핑몰에서 결제하고 남은 거스름돈 1000원이

내 개인에게는 20원의 수익을,

그 기업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위어바오의 탄생은? 정말이지 빵! 터졌습니다.

위어바오를 이용하면 당시 중국 인민 은행에서 제공하던 이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수익을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단순히 거스름돈 수준이 아니라, 은행에 맡겨두었던 돈을 인출해서 위어바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2013년에 시작했던 위어바오 상품은 2017년 기준 약 187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게 되었습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03&aid=0007921630


이후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관련 규제를 시작했지만, 이미 알리바바를 선두로 BAT 기업들의 금융 먹거리 게임은 피 튀기는 전쟁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미 그들은 중국시장을 넘어 동북아 시장을 넘보고 있고, 국내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은 그러면 넋 놓고 있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http://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809120100018780001172&svccode=00&page=1&sort=thebell_check_time

현재 ICT 기업의 금융 산업 모델로 가장 외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카카오그룹입니다.

결제, 플랫폼, 은행 부문까지 이미 선점한 카카오에서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카카오 뱅크를 열 때부터 <위어바오>를 모델링했다는 시각이 주효했는데, 역시 그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 올라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카카오톡을 통해 투자상품,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날이 도래할 것입니다.


WHO will change?

현재 제도권 금융사에 있는 저는 사실 날이 가면 갈수록 카카오 뱅크와 네이버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이건 뭐. 거의 1년 내내 공개채용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의 기업들에서는 핀테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인력을 뽑고 있습니다.

이미 자금력도 인프라도 잘 갖춰진 위의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산업의 빗장 규제가 풀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마이 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해박한 이해도를 가지고 금융에 접목할 때만을 틈틈이 바라보고 있죠.


공부가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정말 공부를 좋아하질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입사 후 몇 년간은 회사 문 밖만 나가면 나가 놀기 바빴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얼마 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업계의 동향을 공부해야 하는 것에는, 현재 재직자로서의 일종의 실낱같은 소명의식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핀테크 발전 속도가 벌써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미 중국은 결제시장을 필두로 먼발치 앞서 나갔고, 규제의 천국 일본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확대하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막는 허들을 치워나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강국이라는 위엄을 지키기 위해, 핀테크 발전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 당국의 믿음은, 각 금융권 현직자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서양으로 가볼까요? 근현대 금융의 시작점인 영국도 이미 2014년부터 핀테크에 대한 혁신 방침이 내려졌습니다. 핀테크를 선점해서 미국에 뺏긴 금융 강대국의 타이틀을 되찾으려 한다나요. 뭐라나요.

미국은 결제, P2P 대출, 뱅킹, 로보 어드바이저 등 금융과 관련한 전방위적 산업군에 신기술을 도입했고, 이미 그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세는 성숙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위협은 제거하고 시작하는(쉽게 말해 막고 시작하는) 규제와 금융산업 보호 정책으로 핀테크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불가했습니다. 동시에 국내 핀테크 확산의 속도도 더뎠죠.

하지만 정부도 제도권 금융사도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는 불안감을 안고 핀테크의 확장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꽁꽁 잠겨있던 규제의 빗장을 조금씩 풀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규제 샌드박스입니다.

현재 규제제도로는 도저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은 성공할 수 없으니, '미래 기술의 시험적 장(모래사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신규 사업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바로 규제 샌드박스입니다.


2014년 영국에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최초로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가 2017년 이후,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덕분에 비대면 일임 투자에 대한 법률도 개정되어 최근 허용하는 방침이 내려졌고, 개인정보보호 법체계 개정을 통해 마이 데이터 법안도 올해 안에 신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http://www.etnews.com/20180627000281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1159.html?main_box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일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합니다. 특히나 금융업이 항상 최우선으로 꼽히더라고요.

물론 반복된 역사가 그랬듯,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도태된 기존의 일은 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핀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나가는 것 역시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단순히 사람 대신 시스템이 투자를 대신해주고, 보험 처리를 대신해서 일자리를 위협한다고만 볼 일은 아닙니다. 이 모든 산업의 생태계가 부작용 없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역시 사람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금융산업에 뛰어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 핀테크입니다.

재무제표를 잘 읽고, 거시적 경제관을 토대로 투자 분석 모델링을 공부하고, 회계사-계리사 등 경제 공부만으로 금융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원했던 금융에 대한 빠른 이해도와 더불어

로보 어드바이저를 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IT기술 이해능력,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능력, 블록체인에 대한 개념을 알고 이 산업에 진입했을 때, 핀테크 4.0 이 다가오는 이 시점 가장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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