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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medy Sep 27. 2023

2023 06 03

잘 하고 있는 거겠죠? 


오늘은 왜 또 쓰냐구요? 그러게요. 나는요, 못난이가 맞나봐요. 그렇게 써야지 써야지 하던 일기를, 이제 이렇게 뭔가 사람에게 전달할 무언가라고 생각하니 주르륵 또 쓰게 되네요. 


별일은 없었어요. 그냥 슬프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사탄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참으로 교묘하구나, 하는 생각. 나는 돈에 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실적에 목매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나는 여전히 밝을 수 있을까요? 나는 예수 믿는 사람 답게 살 수 있을까요? 자신은 없어요. 내가 하는게 아니라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여튼 없어요. 내가요, 마음만 먹으면 세일즈 얼마나 잘하는지 알아요? 아니 나 진짜, 지금의 두배는 실적 띄울수 있는데, 근데 양심이란걸 지키긴 해야하잖아요. 이상한거 해주면 안되잖아요. 근데 다들 그냥 해주는데, 나는 왜 이걸 지키고 있는걸까요? 단순한 고집이 아닌 신앙이라고 하지만, 차이가 나네요. 


나는 그걸 메꾸려 주 6일을 일하기로 한거도 있어요. 맞아요, 나 주6일 일해요. 근데, 뭐, 괜찮아요. 남들보다 다르게 살려면, 남들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거겠죠. 그래서 우울해요. 나 사실 되게 잘하고 있거든요? 근데, 뭔가 성에 안찬다고 해야할까요. 내가 잘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들 못했다고는 안하니까 잘한다고 그냥 해주는 걸수도 있잖아요. 나는 고작 이것들 밖에 못하는 내가 한심한데, 나보고 잘한다고 하는 저들의 기준은 얼마나 낮을걸까요? 


당신은 어떨까요? 나에대한 어떤 기대들을 가지고 있을까요? 어떤 환상들, 어떤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을런지요. 나는 아마 그 환상도 이미지도 그 어느 좋은 것에도 부합해 주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못났거든요. 태생이 몬나니라 뭘 해도 실패하고, 뭘 해도 잘 안되고, 근데 그래도 열심히는 하는, 딱 아내 힘들게 하는, 딱 여자친구 아프게 하는 그런 놈이거든요. 그래서요, 나는 궁금해요. 당신은 나를 어떻게 보게 될지, 나를 어째서 선택했을건지, 뭐 그런거요. 없지만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당신은, 무엇으로 나를 실제하게 했는지, 그런게 궁금한거에요. 


그때가 될 때까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겠죠. 당신을 스쳐지나간 인연들보다 내가 나은건, 어쩌면 그냥 운 좋은 타이밍 밖에는 없을지도 몰라요. 나보다 잘나고, 멋지고, 간지나고, 좋은 사람은 세상에 넘쳐나는걸요? 어쩌면, 내가 당신의 이전 사람들보다 못날수도 있겠죠. 아니, 아마 그럴거에요. 


그래서요, 나는 당신이 사람을 많이 안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나봐요. 나는 6년을 못만났는데, 그 기간에 썸이던 뭐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당신도 나처럼 마음을, 신앙을, 하나님을 지킨 경험있다면, 하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선택하여 지금 당장의 행복을 포기해보았다면, 하는 생각. 아마 욕심일테지요. 이미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요. 또, 내가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그 사람보다 더 행복하고 잘 해줄 자신이 하나도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나에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말해준다 한들, 과거는 알 수 없으니, 나는 그걸 사실이 아닌 그저 위로로 받아드릴거라서요. 나는 못난이다, 이건 팩트거든요. 나보다 못나는거? 쉽지 않거든요. 그런 사람은 그거대로 나름 대단한거죠. 그리고 결국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 되니까, 나는 다시 최고의 못난이가 되는거에요! 완벽한 굴레다! 


그래요, 난 이렇게 사는거겠죠. 못나니가 못나게. 나는 슬픈것 같아요. 이 일기를 보여준다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내 옆에 남아있기를 선택했다는 거겠죠? 보내주는게 사랑이라고 하던데, 나는 무슨 이기심으로 당신을 붙잡았을까요?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나는 꼭 말할텐데, 당신이 울었을까요? 땡깡을 피웠을까요? 아니면 쿨하게 내 말을 무시해버렸을까요? 음! 쉽지 않네요. 


사실 나는요, 땡깡하나 제대로 부릴 사람이 없어요. 아마 당신에게도 나는 못부릴껄요? 뭔가 나는 버티고, 서있고, 앞서 나가는 이미지가 강하니까, 그래서 나는 무너질 수가 없어요. 가장도 마찬가지겠죠? 계획하고, 결정하고, 기다리고, 행동해야하니까요. 삶이 무너지는 것 같아도, 나는 무너질 수 없어요. 그래서 우울한걸까요? 다들 그렇게 말해요. 넌 너니까 잘 할거라고. 약간 신재석이라는 명사 앞에는, 어차피 잘 해낼 놈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있나봐요. 그거 알아요? 나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씩 넘어져요. 나는 기도로 모든걸 이겨내는 멋진사람이 아니라, 기도로 겨우겨우 버텨내는, 예수로 버텨내는 사람밖에는 안되거든요. 그냥 진짜 멋지게 넘어지지 않고 다 물리치는 사람이였으면 좋을것을. 근데 나는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게 잘 안되네요. 


봐요, 나는 못났어요. 근데 나의 무엇을보고, 


그때는,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냥, 지금, 27살 되기 2달 어린 신재석은,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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