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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30. 2018

내가 다녀온 도시 I

스페인, Ibiza

Ibiza



이비자, 혹은 이비싸로 불리는 스페인의 작은 섬은 화려한 파티로 유명하다. 얘기를 들어보면 이곳은 70년대 독일 히피들이 발굴해 낸 섬으로 그 시절의 파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듯하다. 실제로 이비자행 비행기를 타면 절반은 벌써부터 취해 있는것 같은 젊은이들이고 절반은 그 시절의 rave를 잊지 못해 찾아오는 노년층 들이다.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진짜 목적은 모르겠지만 이비자가 휴양지로서도 전혀 손색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뜨거운 태양이 있는데 뭐가 부족하리. 게다가 몇몇 파티 장소를 제외하면 굉장히 한적하고 자연친화적인 동네다.


히피들 같은 파티 홍보단
태양도 바다도 끝내준다


20대 후반 뒤늦게 클럽과 파티에 눈을 뜬 나로서 이비자는 동경의 장소였다. 24시간 파티가 이어지고 미친 사람들만 있을것 같은 장소! 하지만 의외로 12시에 닫는 클럽도 많다. 뭔가 자기들끼리 영역이 확실한 느낌이다. 물론 밤새 놀 수 있는 클럽도 많다. 이동네의 해피아워는 밤 12시에 시작한다. 역시 클라스는 어디가지 않는다. 보통 해피아워는 5시 정돈데. 그리고 클럽에따라 피크타임이 엄청 다르다. 데이비드 게타를 보려고 파차라는 클럽에 갔는데 1시쯤 갔더니 이제 문여는 수준; 우슈아이아는 밤 12시면 문을 닫는걸 생각해보면 클럽마다 타켓층이 아주 다른것 같다. 파차에서는 텅텅빈 플로어를 방방 뛰어다닐 수 있었다. 게타는 왠 동네 아저씨 스타일로 4시에 등장했다. 또다른 클럽인 프리빌리지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우리가 간게 6월 초로 사실 한가한 시즌이었는데도 이정도니 피크시즌에는 엄청날듯. 대신 입장하고 나면 쾌적했다.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려고 밖에는 엄청 줄세우는것 같다. 아쉽게도 암네시아 거품파티는 못가봤지만 언젠가 해볼날이 오겠지.


밤새 놀려면 레드불 필수
게타 전에 플레이하던 디제이
물감을 뿌려대던 라이프인컬러 파티. 버릴옷을 입고가자


여행과는 별개로 이비자를 가기 전 좀 황당한 일이 있었다. 파리에서 이비자를 가려고 공항에서 대기중이었는데 어쩌다 한국 여행자 한명과 말을 섞게 되었다. 우리가 이비자로 간다니 거기 왜 가냐고 묻길래 파티하고 춤추러 간다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럴꺼면 뭐하러 거기까지 가요? 그냥 강남 가세요"


마음속 말을 실수로 입밖으로 내뱉은 걸까. 나도 다른 사람의 여행의 이유를 전부다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남들의 여행을 비웃어 본 적은 없다. 잠깐 만난 사람에게 내가 왜 이비자라는 도시에 반했는지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어서 비싼 비행기표를 주고 소중한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려줄 여유도 이유도 없는데 그는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좀 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단면만을 보고 쉽게 판단해 버리고 조언을 남발하는 종류의 인간이라니 지금생각해보면 이것이 꼰대구나 싶다. 다른 여행자의 입에서 나올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여행의 가능성은 그 사람에겐 오지 않겠지. 어떻게 보면 젊음이란 가능성에 대한 태도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젊은 사람일수록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 사고가 경직된 인간은 한가지 정답만을 본다. 자신과 다른 사람은 바보같아 보일것이다. 똑똑하지만 늙은 사람보단 바보같아 보이지만 젊은 사람이 좋다. 결국 그렇게 간 이비자에서 잘 놀고 왔다. 그의 말처럼 강남 길바닥에만 있었더라면 전혀 몰랐을 그런 여행이었다.


해변에서는 칵테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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