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Oct 02. 2020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베스트셀러 읽어요? 말아요?" 책의 표지에 써있는 첫번째 문구다. 여기부터 이미 호기심을 자극한다. 맞아 베스트 셀러 읽어 말아? 라는 질문에 베스트 셀러 총 28권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읽어야할 이유, 읽지 말아야 할 이유들에 대해 요목조목 썰을 풀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알게된 것은 유튜버 겨울서점님의 영상에서 였다.

겨울서점님이 이 책을 정말 깔깔 웃으면서 봤다고 하셨는데, 정말이지 이 책은 진짜 웃겼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랄하고 다른 사람에게 되려 공격받을 수도 있겠다 걱정될 정도로 저돌적이었다. 책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하는 건 친구들과 수다떨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으로 만나보니 재밌기도 했다. 나도 별로라고 느꼈던 점을 적확한 말로 까내려 가는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작가가 모든 베스트셀러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아니고, 재밌게 본 책은 어떤 점이 좋았는지, 왜 유의미한지에 대한 생각도 공유해 주셔서 그것도 좋았다. 특히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의 열렬한 팬을 자처했던 나로서는, 작가가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었고 거기서 뻗어나간 생각까지 더해주니 생각이 비슷한 친구에게 인정받은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재밌고 똑똑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의 책이다.

중간 중간 독자의 말을 대변해 주는 듯한 대사가 등장하는데 그러때마다 빵 터져서 혼자 킥킥대며 읽었다. 이런식이다.

'아니 내 마음이 내 뜻대로 안돼서 찾아온 건데 고작 해줄 말이 의지를 가져라라니! 그게 쉽냐고요, 오늘부터 내 의지대로 하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의지가 막생기냐고요!' 워 그런 마음일 것이다. - 미움받을 용기 챕터

설마 앞으로 주인공 앞에 진짜 아들이 등장하여 엄청 괴롭히는 것은 아니겠지? 싶으면 정말로 등장하여 엄청나게 괴롭히고, 설마 앞으로 두 사람이 화해하며 절친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것만은 아닐 거야, 생각하면 화해하더니 절친이 되는 식이다 - 아몬드 챕터

주인공 형사의 별명이 울프라는 것은... 이것은... 정말이지..너무나...너무나...소년만화스러운 설정이 아닌가 말이다 - 봉제인형 살인사건 챕터

책의 줄거리 요약은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잘 하시는지. 읽고 싶진 않지만 궁금했던 책들의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책의 내용뿐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이나 직업에서 파생되는 생각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진짜 웃기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비동의 간음죄' 관련해서 어떤 남성분이 몹시 분개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어디 무서워서 여자들이랑 성관계를 할 수 있겠느냐고, 그냥 불알을 잘라내고 고자로 사는 게 낫겠다고 일갈하며 펄펄 뛰고 있었는데, 소설 속 알란의 초연한 평화를 목격하고 나니 문득 그분에게 말씀 드리고 싶어진다. 자르세요, 그냥. 자르면 모든 번뇌와 고통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더 행복해지실지도 모릅니다. -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챕터

난 정말이지 로맨스 작가들이 M&A회사에 왜 이렇게 집착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기업을 조각조각 해체시켜 팔아먹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현실은 33세의 몸짱 청년보다는 60대 배 나온 아저씨일 확률이 높겠죠 - 미 비포 유 챕터


한승혜 작가님과 친구가 되고 싶다. 너무너무 웃긴 친구일 것 같다. 얘기하다 보면 '너땜에 미치겠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친구. 또 어떤 책을 읽고 서평을 써주실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드걸의 시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