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나는 예고 진학에 실패하고 글쓰기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시와 관련된 동아리에 있었던 나는 학교 축제 때 시화전을 해야 했는데,
이런 마음을 글로 적었다. 글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블로그를 뒤지다가 발견했다.
나는 항상 글을 쓰려고 하면
아무것도 없는 빈 백지가 두려워진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무얼로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시작도 하지 않고
그냥 빈 백지를 바라볼 뿐
그러다 용기를 내어 글자 하나 적으면
글이 잘 안 써지면 어떡하지
끝맺음은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에
펜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했고
그 속에서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날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하려 한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떠오르는 것을 적고
정리되지 않은 문장을
빈 백지에 하나, 둘 씩 적어간다.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빈 백지에
이제 많은 글들로 채워질 그 빈 백지에
조그마한 소망을 담아서
오늘도 울퉁불퉁한 글씨로
내 깊은 마음속 이야기를
내 머릿속 작은 상상을
큰 세상을 작은 백지에 담아 간다
이런 글을 적은 지 5~6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그때와 변한 것이 없다.
글솜씨가 엄청 늘은 것도 아니고, 생각이 깊어지지도 않았다.
아직도 부족하고, 어색하고, 자신이 없는 글을 적어갈 뿐.
그래도 나는 글을 쓸 때마다 행복하다.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이. 언젠가 이 손으로 좋은 글을 적을 수 있을 거란 꿈이
생각보다 큰 원동력이 되어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