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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귤 Oct 25. 2017

lăpis

라틴어 - 돌, 우둔한 사람

힘들지도 그렇다고 편안하지도 않은 어느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사실 서로 어색하고 큰 일 아니면 연락하지 않는 친구라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라고 묻기도 전에 친구는 마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그 애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기까진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애는 울고 있었다. 사는게 힘들어서, 시련의 아픔이 너무 커서, 자신이 왜 존재하는 지 모르겠다는 그 애는 분명 울고 있었다.


친하지도 않은 내게, 쌓아둔 모든 슬픔을 쏟아냈다. 나는 그 애가 말하는 동안 아무런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어떠한 대꾸도 호응도 없이 그냥 묵묵히.

친구는 그렇게 한참을 쏟아냈고, 목소리가 진정됬을 때, 더 이상 할 말이 떨어진 그는 내게 물었다.


"넌 어때? 잘 지내?"


그 애는 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나도 그 애처럼 힘들다 말하길 바란걸까 아니면 위로의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욕이라도 원한 걸까.

사실 그때의 난 이런저런 생각 없이 바로 대답했다.


"나도 너랑 비슷해. 누구나 아픔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는 거니까."


건조하고 감정없이.


이 말을 듣은 그 애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냥 이러저러한 안부인사를 나누는 걸로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 애의 얘기가 공감이 안된 것도 아니고, 들으면서 이 친구가 많이 힘들겠단 생각도 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펑펑 우는 것도 들었다. 하지만 난 아프지 않았다. 그 어느 곳도 아프지 않고 그냥 무덤덤했다.


친구의 사연에도 아프지 않았던 난 지금 조금 슬퍼졌다.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 속.

아픔이 많았던 난, 점점 말라가는 건 아닐까하고.


오늘 수첩을 정리하다

누구나 아픔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라는 낙서를 보고 쓴 글


누구나 아픔 하나쯤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그들의 아픔이 당연한 것은 아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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