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8일. 일요일. 날씨 맑음.
2026년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전날 22시에 잠에 들고 다음날 4시에 일어나는 게 목표다. 처음 해보니 4시에 일어나는 것은 되는데 22시에 잠드는 게 어렵다. 인간이 신체리듬을 바꾸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제 시작했으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노력해야겠다.
당직이라 회사로 출근했다. 오전에 운동은 하지 않았고 일찍 일어나 뉴스를 체크한 뒤 집을 나섰다. 연말이라 특별한 뉴스는 없었다. 지난해 이맘쯤 무안공항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근무였던 동료들은 그때를 회상했다. 무안공항 사고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점심은 다 같이 먹으러 갔다. 주말 당직 4번 연속 부대찌개를 먹었다. 그나마 오늘은 마라톤 대회가 없어 상대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 외국인 손님 몇 팀과 근처에서 근무하는 경찰 몇 팀이 전부였다. 삼삼오오 모여 근황을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동석한 한 선배가 딸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제일 예쁠 때 같다고 했다. 옆에 앉은 선배는 그러다 조금 있으면 사춘기가 와서 세모눈을 뜨며 말도 안 할 거라고 했다. 그 선배가 아는 지인의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인데 왜 어렸을 때 자신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주지 않았냐고 부모에게 따져 물었다고 한다. 딸은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는데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않아 경쟁에서 밀린다고 투정 부리는 것이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럴 땐 딸에게 한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아빠는 열심히 돈 벌어오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사춘기라고 해서 그런 발언들이 다 용납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선배도 지인에게 그렇게 얘기했으나 지인은 막상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그런 투쟁을 한 적이 있던가 생각에 잠겼다. 부모님은 투정 부리기엔 항상 힘들어하셨다. 돈이 부족하다는 이야길 밥먹듯이 하셨고 비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어렸을 때 학원 하나를 더 다닐 생각도, 취미 하나를 더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투정 부릴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때의 부모님을 백번 이해할 수 있다. 왜 항상 외식하러 가면 배부를 때까지 먹지 못하고 일어나야 했는지, 새로운 학원을 다니려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둬야 했는지 이제는 안다. 또 그 이유를 이야기해 주지 못한 것도 이해한다. 처음으로 배부르게 외식한 날은 군대 가기 전날이었다. 아빠는 미국산 소고기집에 데려가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취업하고 첫 월급을 탄 날 부모님을 한우집에 모시고 가 배부를 때까지 먹었다. 미국산 소고기 1인분과 한우 1인분의 간극. 영원히 그 사이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