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날씨 맑고 포근함.
내년 목표를 새벽형 인간으로 잡고 일찍 잠에 들기 시작한 지 이틀째. 이번에는 잠도 잘 들었고 목표 시각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다. 더 자기도 뭐 해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일어나 스위트콘을 한 캔 먹었다. 뛰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봐 에너지젤만 먹고 뛰려고 했는데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다. 춘천 마라톤 전에는 항상 몇 개씩 남아 있었는데 목표를 달성한 뒤 너무 무관심했다.
나가보니 추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포근했다. 지난여름 달리던 불광천으로 내려가 몸을 풀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한강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10km 이상 달리기다. 마음 같아서는 21km 정도 달리고 싶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힘을 다 빼기는 싫었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하다가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 도전은 무섭지 않은데 실패는 이제 두렵다.
달리면서 요즘 왜 이렇게 운동하기가 싫은지 생각했다. 러닝을 시작한 지 이제 만 2년. 한참 더 뛰어야 할 시기인데 의욕이 확 떨어졌다. 2년간 준비한 마라톤이 끝나서 그런 것 같다. 2년 동안 풀코스 3시간 50분 이내 완주를 목표로 연습했는데 대회에서 3시간 41분을 기록했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에 취해 올해는 이제 쉬어야겠다는 자만심이 생겼다. 초심을 잃어버린 것을 반성해야 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혼자 뛰니 상쾌하고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장대비까지 맞았다. 첫 풀코스 대회였던 공주 백제 마라톤이 생각났다. 열심히 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사라진 열정에 조금 불이 붙었다. 지친 나를 끌어주던 러너들. 내 뒤를 따라오던 러너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러너들이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뛰던 그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라톤은 개별적인 운동이자 단체 운동이다.
조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올해 러닝 크루에 가입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였다면 마라톤 훈련은 대회가 끝난 뒤 그만뒀을 것이다.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성과를 공유하고 서로 응원해 주는 분위기가 지루함을 잊게 한다. 더 잘 뛰는 사람은 보고 배울 수 있고 아직 느리지만 눈에 띄게 성장하는 사람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열심히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