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마당 급식소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만삭의 어미고양이가 드디어 출산을 했더랬다. 어림잡아 다섯 마리 정도를 품안에 바글바글 안고 분리수거함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장마가 예정되어 있던 차, 본능적으로 비에 젖지 않을 곳을 찾아 잘 몸을 풀었구나 대견해하던 것도 잠시.
어쩐지 예보와는 달리 내리쬐는 뙤약볕에 새끼들과 어미가 폭삭 익게 생긴 날씨가 이어졌다. 걱정스런 마음에 시원한 물과 밥그릇을 근처에 놓아주었지만, 30도를 훌쩍 넘긴 날씨에 직사광선 아래 자리한 좁은 상자 안은 갓 태어난 새끼들을 보살피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가쁜 숨을 내쉬던 어미는 결국 고작 이틀차의 생을 살아내고 있는 새끼들을 데리고 이사를 감행하려는 듯했다.
한 번에 한 마리씩 물어 옮기느라 어미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갓 태어난 새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까 싶은 욕심에 나는 분리수거함으로 다가가보았다. 그런데 웬걸, 어미의 몸집이 닿을래야 닿을 수 없는 짐더미 틈새에서 새끼들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 이사를 하려다 막 떨어트린 건지 아니면 그보다 한참 전 언제부턴가 떨어져 있던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대로 두었다가는 꼼짝없이 갇혀 죽을 수밖엔 없음이 확실했다.
나는 2년 가까이 밥을 제공해 온 나와 어미고양이 사이에 꽤나 두터운 유대감이 형성돼 있는 편이라고 느꼈지만, 그래도 이제 막 낳아놓은 제 새끼를 마음껏 만지게 할 만큼의 믿음이 있진 않을 터. 어찌해야 좋을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길게 고민할 틈도 없이 어미는 둥지로 되돌아왔고, 나는 어미가 지켜보는 앞에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짐더미들을 분리수거함 바깥으로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아래 꼬물거리며 삐약대는 새끼들이 보였다. 마침 깨끗한 상자가 하나 보이기에 그 위에 새끼들을 넣어 어미 곁에 내려주었다. 어미는 안심한 듯 그 중에 한 마리를 마저 물고 이사를 떠났다. 꽤나 먼 거리를 가는 듯해 보여 수고를 덜어주고자 나머지 두 마리가 든 상자를 들고 어미를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