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퇴사한 지 4개월
다시 달력을 보고 계산을 해봤다. 마지막 출근을 한 지 어느덧 16주가 지났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이럴 줄 알고 나름대로 매주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려고 했건만, 나의 글은 9주 차에서 시간을 후욱-하고 건너뛰어 16주 차가 되어 버렸다.
(나름 변명을 해 보자면) 그도 그럴 것이... 10주-12주 차에는 그동안 얼마나 이를 악물고 살아왔던 것인지, 치아 뿌리까지 금이 갔는데 참고 살다가 급성치수염까지 걸려 난생처음 신경치료를 받았고, 결국에는 발치까지 했다. 그리고 또 궤양까지 왔다. 아무튼 그렇게 치아로 인해 고통스러운 3주를 경험하고는 자연스럽게 브런치 접속이 뜸해졌고, 13주 차에는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몰라(?) 미뤘던 토익시험을 치면서, 14주-16주 차에는 16박 17일로 태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더욱더 글쓰기와 멀어졌다.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블로그에 이런저런 후기를 남기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블로그는 그렇게 열심히 포스팅을 했으면서도 왜 브런치에는 어떤 글도 올리지 못했을까. 이유를 생각해 보니:
1. 사진 없이 밋밋한 글자들로만 백지를 채운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아니, 어렵다).
2.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는 목적 하에 블로그에는 이런저런 정보를 담은 글을 썼지만, 사실 내가 브런치에 올려 보는 이 기록은 사실 독자들에게 공유할 정보 따위는 없다.
3. 나의 안식년에 대한 기록일 뿐이기에,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는 누군가의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뭔가 제대로 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졌다(포스팅 전에 퇴고도 여러 번 하고).
대략 이런 이유들 때문에 브런치에 글쓰기가 너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진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것도 내가 혼자 너무 걱정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담감에 글쓰기를 점점 더 멀리하는 대신, 엉망진창인 글도 계속 쓰다 보면 점점 자연스러워질 것이고, 또 그런 글에서도 누군가는 '아 저렇게 쓰면 안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니(^^;;;).
아무런 수입 없이 산 지 4개월. 이 안식년 기록을 계속 쓸 수 있을지, 그리고 써도 될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리고 2주 있다가 다시 2주간의 여행이라 걱정도 되지만 (걱정 무한반복), 아무튼, 이제부터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써 보기로 했다. 글쓰기 의지를 다지는 안식년 16주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