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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Dec 11. 2023

x도 없이 안식년 5주차: 허구의 이야기에 빠지다

웹툰, tv드라마와 함께 하는 시간

제주도에서 혼자 지내며 시간을 보낸 방법 중 한 가지는 '웹툰 보기'였다. 사실, 올해는 내 나름대로 뭔가 해답을 찾고자 (아직도 찾지 못했지만) 책도 많이 읽었지만 웹툰도 참 많이 봤다. 일에 지쳐 퇴근한 후 힐링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달까? 


퇴사 후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제주도에서 낮에는 여행하고, 해가 지면 숙소로 바로 돌아왔더니 밤이 길어진 터라 혼자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렇게 새로이 보기 시작한 웹툰은 <더 그레이트>였다. 엄청나게 밝은 에너지의 소녀가, 언젠가 사랑을 하게 되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으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였다. 새로운 웹툰을 찾다가 별생각 없이 읽게 됐는데, 얼마나 울어댔는지 모르겠다. "왜 이리 슬픈 거야" 혼잣말하며 침대 베개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봤다.


웹툰에 이어 tv 드라마에도 빠져 버렸다. 회사 다닐 때는 매번 늦게 끝나는 회의다 뭐다 tv나 드라마는 챙겨보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원룸 같은 숙소에 혼자 있자니 적막함을 지우려고, 숙소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tv를 틀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시작하는 드라마가 두 편이나 되었다. 오프닝 화면과 내레이션도 내 스타일인 데다가, 첫 배경이 제주도였다. '제주도에 보름살이 왔는데, tv 속 이야기들에서도 제주도가 나오네?' 뭔가 계시인가 싶어 혼자 의미를 부여하며 보기 시작했고 빠져 버렸다. 


어렸을 적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쯤부터였을까? 뭔가를 읽다가, 혹은 영화나 tv를 보다가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문장이나 대사가 많아졌다. 그런데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리는 게 왠지 아까웠다. 마음에 남지 않고 잊히는 게 아쉬워서, 마음을 울리는 대사나 문장들이 나오면 휴대폰을 열어, 혹은 메모지와 펜을 들고 적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웹툰과 드라마를 보면서도 적었다.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느낀 감정을 더 깊이 느끼고 그 느낌과 마음을 왠지 기억하고 싶어서. 그렇게 나의 노트와 휴대폰에는 좋은 문장들이 또 채워졌다. 

이야기에 빠져, 그리고 좋은 문장들을 마음에 담아내며 지낸 안식년 5주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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