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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쳬쳬 Jul 11. 2023

내가 만난 단골들

위로하고 위로되는 존재

단골팀. 잉클링스


평균 이상 요리를 하는 편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식당운영에 대한 꿈을 꾸게 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저는 마포구 합정동 식당을 빌려 60일 간 팝업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공과금 포함 월임대료 250만 원짜리 경험이었습니다. 총매출 1100만 원에서 임대료 500만 원, 파트타임 직원 2명의 월급, 식자재비용과 기타 생활비용 제하고 나니 영업활동으로 제 손에 쥐어진 건 17만 원이었습니다. 손해를 보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단골손님 DanBee님


그 짧은 60일 동안에도 단골이 되어 주셔서 2번 이상 방문해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가게에 놓아둔 방명록에 정성껏 그날의 맛과 향, 분위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가끔 환대를 하다 지칠 때면 예전 방명록을 읽으며 힘을 얻곤 합니다.  단골고객에게는 단골가게가 또 다른 고향 또는 쉴 공간인 것처럼, 단골가게 사장은 단골고객의 방문이 명절날 친척들을 만나는 것 같은 기쁨이 됩니다. 서울만 해도 얼마나 많은 식당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멋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가게에 재방문해 주시다니요.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순영작가님


그래서 저도 마음 쉴 곳이 필요할 때면 단골가게를 찾아갑니다. 인천 청천동에 있는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분이 운영하는 쌀국숫집, 서울시 송파구에 있다가 관악구로 이사 간 연어덮밥 맛집 만푸쿠,  서울시 금천구에 있는 내장탕 맛집 실비순대국. 모두 제가 사랑하는 단골집입니다. 요리를 하는 저에게는 단골집이 되는 기준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조리과정이 포함됩니다. 베트남 현지인 입맛에 가까운 쌀국수와 분짜라든지, 숙성연어로 배 터질 때까지 더 주는 만푸쿠 사장님의 인심이라든지, 실비순대국의 신선한 소내장을 잘 손질한 맛이 제 선택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저도 음식을 하거나 손님을 맞아야 할 때면 단골가게 사장님의 얼굴과 솜씨를 떠올리곤 합니다. 제 식탁에 앉는 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일어설 수 있고, 요리를 통해 이국의 향취를 경험하며, 신선한 재료를 가장 맛있게 내놓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카레정식


언젠가 다시 식당을 열 여력이 생긴다면, 단골손님들을 다시 초대하려고 합니다. 팝업레스토랑 60일을 마치는  마지막날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마지막날 단골들을 모두 초대해서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를 모두 털어 파티를 열었습니다. 마지막 파티를 열면서 한편으로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저의 장례식장에는 제가 손님을 대접할 수 없을 테니 미리 장례식 식사를 대접하자 란 이상한 생각을 말이죠. 단골이 되어준 이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처럼, 장례식도 결국 그동안 함께해 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시간이니까요.

친구의 편지


단골이 되고 싶습니다. 단골가게 사장님들처럼 단골들을 기쁘게도 하고 싶습니다. 살아갈 날은 짧은데 해야 할 일이 많네요.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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