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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 Aug 14. 2021

하늘

  하늘은 아름답다. 새하얀 구름과 새파란 하늘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해가 뜨고 질 때엔 주홍빛부터 보랏빛까지 온갖 다채로운 빛으로 물든다. 옛사람들이 왜 하늘에 신이 산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이해될 정도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어떻게 해서든지 새겨 넣고 싶다.


  처음으로 하늘이 아름답다고 느낀 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처음으로 걸음을 멈췄던 때는 기억한다. 아마도 중학생 때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었을 거다. 공원을 지나는 중이었는데, 그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노을 때문인지 구름은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었다. 이걸 무슨 색깔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늘색이 좀 더 어두워지고 깊어진 느낌이었다. 몇 분 동안 서 있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길어야 5분이었으려나? 너무 예뻐서 계속 쳐다봤다. 그땐 핸드폰이 없었기에 그 쳐다보기만 했다. 때의 하늘을 손으로 그리라고 하면 그림 실력이 형편없기에 이상한 그림이 나오겠지만, 내 마음속에 그보다 아름다운 풍경은 몇 없는 것 같다.


  늘은 그토록 아름다운데, 나라는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있자면 온갖 감정이 마음을 가득 채워 버린다. 특히 지금까지 행해온 모든 더러운 짓거리가 나를 강하게 죄어 온다. 누군들 완전무결하고 순수하겠냐마는, 지난날의 과오를 떨쳐내지 못하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름다운 하늘을 마음속에 새겨 넣고 싶어 하는 건, 나의 추한 부분을 덧씌우기 위해서인 것 같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늘을 바라보며 그 모습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뿐이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른 것으로 그 일을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렇기에 그 추악함 위에 아름다운 하늘이라도 그려 넣는다. 그래도 하늘은 아름답다는 걸 곱씹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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