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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탤릭 Oct 19. 2024

나태함에 대해서

일기: 익숙해지지 말자

일이 익숙해짐에 나태함이 따른다. 한 번씩 충격을 받아야 하나? 그러면 자극받아서 죽어 있던 나의 세포들이 들고 일어나는 기분이다. 본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잘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아하면서 최면을 걸듯 하고 있었던 디자인들이 한순간 무너지는 요즘이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했던가...


편집 인디자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아니지만 못한다고 생각도 안 했다. 그러다가 단행본 편집디자인 심화반 학원을 다니면서 잘하고 있지만 한 번쯤 점검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니면서 난 그동안 어떤 디자인을 하고 있었나? 에 충격을 받았다. 10년을 했던 그 디자인이 너무 무색하고 민망할 정도였다. 내가 했던 디자인들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존감이 확 내려갔다. 나의 자존감은 지하 속 수만 킬로로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나의 무의식 속에서도 부담감도 같이 쌓여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는 그 자존감을 부여잡고 나는 생각을 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나 스스로 디자인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까지 또 듣고 들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기본의 기본은 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 기본기를 잘 아는 디자이너들과 같은 선에 줄을 설 수 있겠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충격을 받은 요즘은 내가 일이 익숙해짐에 그에 따르는 나태함까지 플러스가 되면서 생긴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요즘 스스로 나에게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회사일이 끝나면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라곤 침대 위에 핸드폰을 가지고 좀비처럼 누워버린다. 그리고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파도타기처럼 휩쓸어 버린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간다. 익숙함에 빠지기 전 뭔가를 하나라도 움직였다면 한 발자국 성장이라는 것을 했을 텐데...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충격과 함께 깨달았다.


이 정도면 되지라는 그런 익숙함속에 나를 얼마나 나태하게, 재미없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자극받고 깨닫고 하다 보니 삶의 활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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