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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된고양이레오 Aug 01. 2023

E15. 큰 책임이 따른다

Marvel's Spider-man (2018,2022)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사이자 마블을 대표하는 대사죠

서구권 문명에서는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유명한 문구라는데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스파이더맨 삼촌 대사로 더 유명해진 것을...

"Why So Serious?"와 함께 히어로물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될 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8년 PS4로 출시되자마자 플래티넘 클리어한 이후, 5년 만에 스팀으로 다시 클리어하였는데요

오랜만에 다시 접해서인지 그때의 기억과 함께 또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오더군요


개인적으로 2018년의 GOTY 후보 게임들은 문화로써의 게임이라는 새 지평을 열지 않았나 싶습니다

히어로 게임의 새 가능성을 연 '마블의 스파이더맨'

명실상부 최고의 서부극이자, 자유도와 오픈월드 게임의 정점 '레드 데드 리뎀션 2'

수렵 생존 게임의 마스터피스 '몬스터 헌터 월드'

갓-겜 '갓 오브 워'

어새신크리드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어새신크리드 오디세이'


각각 훌륭한 장점들과 비교 불가한 놀라운 점들을 가진 게임들이었는데

스파이더맨은 그중에서도 원작을 훌륭하게 게임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죠

오늘은 게임 'Marvel's Spider-man', 이하 스파이더맨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디어는 인류와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나 구전 매체에서부터

고대, 고전, 중세시대를 거치며 기록 매체로,

산업시대를 지나 대중 매체에 이르기까지

창작욕의 발현은 다양한 형태를 거치며 기술 발전과 함께해 왔죠


현대 매체의 정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비디오'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많은 자본과 관심이 몰리는 산업이자 큰 파급력을 지닌 매체이기도 하죠


2023년 현재, 그 매체는 또다시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Radio Killed the Video Star"라 하였는데

"Youtube Killed the Video Star"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다음 미디어의 중심은 어떤 것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VR, AR을 비롯한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이 거론되고 있죠

이러한 미디어로의 변화의 중요한 징검다리가 바로 '게임'일 것입니다


'테이블 퐁'과 같은 단순한 오락으로 시작한 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Role Play형식을 받아들이며 가상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영웅서사를 비롯한 다양한 문학의 형식을 받아들인 스토리,

영화 등 영상매체에서 사용되던 카메라 모션,

장르를 가리지 않는 디지털 음악,

독창적인 세계관 구축을 위한 인문학과 예술의 영역에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모든 예술을 흡수하는 종합 매체가 되었습니다


한 때는 "그깟 오락거리가 돈이 됩니까?"라든가 "프로게이머라는 것은 게임 중독자 아닌가요?" 같은 인식이 팽배했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발언들이 얼마나 몰지각한 행동이었는지 알게 되었겠죠

그만큼 게임이라는 매체가 빠르게 발전하며 생긴 촌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는 '오픈 월드'가 마치 게임의 대단한 부분인 양 마케팅에 사용되던 시절이 있습니다

제 기억에서는 오픈 월드를 하나의 장르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식을 준 것은 '엘더 스크롤 5 : 스카이림'이었습니다

다소 정해져 있는 선택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엔딩 루트를 따라 나가던 정석적인 게임플레이 방식을 넘어

스카이림에서는 높은 자유도를 보여주며 마치 현실 세계와 같은 느낌을 주었거든요


그 후로도 수많은 '오픈 월드'를 주장하는 게임들이 있었으나

애초에 정의조차 되지 않던 오픈 월드를 어떤 게임이 잘 따랐는가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도 오픈월드 명작으로 불리는 게임들로는 스카이림, GTA 시리즈,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 등이 있겠네요


각기 다른 의미에서의 '오픈 월드'를 정의하고 있는 게임들이지만,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직선적인 게임 구조를 벗어나 게이머의 선택에 따른 자유로운 스토리 진행이 가능한,

넓은 세계를 마음 가는 대로 탐험할 수 있는 구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완벽하진 않지만 준수한 

반-픈월드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오픈 월드'라는 장르 자체가 게임의 재미나 예술성 따위를 답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콘텐츠를 담으려다 보니 지루하게 반복되는 요소들이 들어가기도 하고

너무 넓은 맵 이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며

플레이 타임 대부분이 이동에 소요되어 피로를 호소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스파이더맨 또한 그러한 비판에서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반복적인 콘텐츠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거점 확보 - 지역 퀘스트 진행의 형식은 수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거든요


다만 스파이더맨은 '이동'에 대해서 만큼은 획기적인 차별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 스파이더맨의 장기인 '웹 스윙'인데요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웹 스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컨트롤 조합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움직임을 선보였죠

물리 엔진을 이용하여 가속 / 감속 또한 현실감 있게 잘 만들었으며

서브 퀘스트 등으로 그러한 움직임에 대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너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빠른 이동' 기능도 넣어두었는데

뉴욕이라는 배경과 '친절한 이웃 스파이디'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도록 하는 컷-씬 또한 인상적이었죠



이 게임이 훌륭한 오픈 월드 게임인 이유는

그저 넓은 맵과 높은 자유도뿐 아니라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도록,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분명 수많은 단점이 존재하는 게임입니다.

아쉬운 점도 명확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장치들도 있죠.

특히나 캐릭터 게임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팬이 아닌 사람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을 모르는 사람이 이 게임을 할까 싶긴 하지만, 일단은 그 근간은 '마블'의 스파이더맨이기에

게임 내의 모든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분명 부족함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게임은 재밌습니다

웹 스윙을 하며 뉴욕의 마천루들 사이를 질주하는 것도,

지질한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것도, 여자친구와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를 나누는 통화를 하는 것도,

잡지사 사장님의 스파이더맨을 향한 끝없는 독설을 듣는 것도,

어느 건물 옥상에 올라 피자 한판 주문하는 것도,

친절한 이웃이 되어 npc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도, 그들 사이에서 셀카 한 장 남겨주는 것도

이러한 모든 요소들 하나하나가 재밌습니다.


각각 작은 경험이고, 사소하며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이지만

그렇기에 스파이더맨이 되어 뉴욕에서 생활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미래의 매체는 바로 이러한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경하는 히어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히어로 자체가 되어 생활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맛 한 꼬집, 즐겨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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