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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된고양이레오 Oct 29. 2023

E17. 그대들, 제목은 왜 이렇게 지은건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

그대는 어떻게 살까?

그대들은 어찌 살.....

네놈들은..?

네이놈들!!


세상 이렇게 어렵고 기억에 안 남는 제목의 영화는 없던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가 오프닝 영상과 제목이 올라올 때까지도 도대체가 제목은 입에 붙질 않았어요


거기다가 무슨 내용일지 감도 안 오는 포스터


이 영화에 대해 주어진 정보는 어려운 제목과

난해한 포스터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라는 이름뿐이었습니다




이렇게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그래도 지브리니까',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니까' 

라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그 작은 걱정은 시작 몇 분 여 만에 바로 사라졌죠

아 내가 알던 그 지브리 맛이구나 싶었습니다


훌륭한 작화는 물론이거니와 음향까지도,

장면장면 디테일하게 신경 쓴 요소가 '아 이 영화는 분명 즐겁겠구나' 싶었거든요


다만 기존 지브리 작품들은 이렇다 할만한 구성을 갖고 진행되었다면

이번 작은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가 다음 장면에 어디로 가서, 어떤 행동을 할지가 예측이 안되었거든요

아마 이러한 구성이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그 제목처럼,

그대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묻는 것 마냥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저 영화는 진행될 뿐이고 관객들은 그것을 보고 어떻게 해석할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지브리 스튜디오의 장점이자 단점이 자가복제입니다

좋게 말하면 지브리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이겠으나

단점이라면 어디서 봤던 장면이 반복된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시가 텍스트로만 봐도 그려지는 이미지들이죠

손 벌리고 달리는 장면들이라던가, 황급히 계단을 네 발로 기어 올라가는 장면이라던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미지들이 겹쳐 지나갑니다


이 영화도 그러합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지나가며

묘한 기시감을 만들어내죠


그렇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미지들이 밉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죠

'저 장면 예전에 어디서 봤어' 하는 마음이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리운 동화책을 다시 보는 느낌을 준달까요



스포가 될 수 있어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장면장면 숨겨진 요소들이 너무나도 귀엽습니다


원래도 디테일이 훌륭했던 지브리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특히 그러한 점들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음악과 음향효과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마룻바닥 걷는 소리, 지붕 위를 걷는 소리, 창 밖의 새소리, 불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 웅성거림 등등

영화 속 소리들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또한 요리하는 장면이나 수많은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군중 장면,

비행 장면이나, 숲의 묘사 등

지브리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지만

기존의 훌륭한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각각 모두 매력 있게 잘 그려냈습니다



특히나 저 건방진 앵무새 녀석들이 너무나도 뻔뻔하고 귀여워요

진지한 장면에서도 쟤들만 보면 너무 귀여워서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 영화가 재밌게 느껴진 이유는 저 앵무새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나중에 어떤 굿즈로 나온다면 이 건방진 앵무새들이 그려진 무언가는 반드시 소장하고 싶었어요



난해하다는 평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난해함의 말뜻이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영화가 어려워서, 이해가 안 돼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친절해서 난해하다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설명을 해주진 않아요


'어? 여기는 처음 보는 공간이네?'

'이쯤 되면 주인공이 이곳은 어떤 곳인지 물어보고, 조력자가 설명을 해주겠지?'

싶은 포인트에서

주인공은 그저 

'끄덕. 그것이 이세계니까.' 

하고 말아 버립니다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관객들은 주인공과, 영화와 멀어지게 됩니다

주인공과 동화되어 가던 중에 이런 장면들이 나타나면서 나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죠


다른 지브리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이 이 지점이 아닌가 싶어요

기존에는 주인공에 동화되고 체험하는 과정이었다면

이 영화는 철저히 관찰자가 되도록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요


그렇기에 관객은 스스로 생각해야만 합니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이고 어떤 설정이 있는지를 말이죠


이러한 설정들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빠르게 적응하고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데 설명도 안 해주는

난해한 영화가 되는 것이죠



영화 해석을 굳이 해보자면 수 없이 많은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수많은 설정을 던져주고 있고

그 속에서 최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미끼를 자꾸자꾸 던져주니까요


하지만 굳이 해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해석을 읽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도라는 것이

제 해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영화는 재밌었냐?

재밌었습니다


난해하냐?

난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지브리 영화들을 즐겨 봤던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지브리를 보며 느꼈던 즐거움이

영화를 해석하는 데에 있던,

아름다운 작화에 있던,

맛있는 음식들에 있던,


이 영화에서 당신만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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