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C BS312 Jubilee
작은 체구로 상상 이상의 저음을 들려주는 알루미늄 스피커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엘락의 300 시리즈 발매가 벌써 25년이 되었다. 리뷰 제품인 'BS312 Jubilee'는 이 작지만 작지 않은 음악적 사운드를 자랑해 온 300 시리즈의 25주년을 기념하여,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엘락 엔지니어링의 총수인 롤프 얀케가 특별한 튜닝을 더한 모델로 전 세계에 500대, 250조 한정 생산 발매되는 기념 모델이다.
1995년, 엘락이 발매한 CL305는 작은 알루미늄 인클로저에 알루미늄 콘지의 소구경 미드베이스와 실크 돔 트위터 구성의 작지만 다이내믹한 사운드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엘락의 전매 특허가 되는 JET 트위터가 도입된 상위 모델인 CL310이 1997년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다. 엘락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CL310은 오늘날까지 수 많은 특별판의 ‘xx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 마다 새로운 개량 모델들이 등장하며 25년의 세월동안 엘락이 간판이 되었다. 작은 알루미늄 인클로저와 알루미늄/페이퍼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의 성능도 뛰어났지만, 인기의 핵심은 역시 JET 트위터였다. JET 트위터로 인한 드높은 인기 덕분에 300 시리즈의 310은 310 Audio Edition, 310 Jubilee, 310.2JET, 310 Ultimate Edition, 310CE(Crystal Edition), 310IB 로 2~3년마다 트위터나 미드베이스 유닛을 개선하고 크로스오버 등의 개량을 통한 새로운 튜닝 모델로 꾸준히 진화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최초의 JET 트위터는 지속적인 버전업을 이루며 이제는 JET V(5)로 현재에 이르렀으며, 알루미늄 역돔형 미드베이스 또한 마그넷과 구조 그리고 콘지의 개량으로 ‘크리스털’ 격자 모양의 텍스처를 갖는 유닛으로 진화하며 오늘날 엘락 스피커들의 핵심 드라이버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처럼 엘락의 성공과 기술적 진화를 이끌어온 300 시리즈는 지난 2013년 등장한 BS312로 현재로서는 이 시리즈의 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5월 독일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만난, 이 스피커의 설계자이자 독일 엘락 엔지니어링 총 책임자인 엘락의 CTO, 롤프 얀케(Rolf Janke)는 2~3년 단위로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어오던 이 스피커의 정체 상태에 대해 딱 한마디로 답을 했다. ‘더 이상 개선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현재 엘락이 갖고 있는 기술로는 BS312가 최상이라는 의미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버전이자 현행 모델인 312는 310이 아닌 312라는 숫자를 쓴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310과는 완전히 다른 스피커입니다. 그래서 310이 아니라 312로 명명한 것이죠’라는 설명처럼 BS312는 기존 310 모델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기술과 현격한 음질적 차이를 지닌, 전혀 다른 스피커라는 것이 엘락의 주장이다.
하지만 300 시리즈 중에서도 310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엘락은 지난 20여년 동안 JET 트위터와 크리스털 드라이버 모두1~2년 단위로 지속적인 개량과 버전업을 이루어냈고, 새로운 드라이버의 기술이 시작점은 항상 300 시리즈, 그것도 310 이었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엘락의 다른 시리즈들에 모두 기술 전이가 이루어졌다. 그런 310의 최신예 버전이 6년전 발매된 BS312라는 점은 오디오파일이나 엘락 스스로에게도 아쉬운 부분이자 답답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원형, CL305로부터 25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하여 BS312애 대해 약간의 메스를 가하여 좀 더 세련된 스피커로 한정판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BS312 Jubilee 인 것이다.
솔직히 BS312 Jubilee는 기술적으로 특별한 차이점을 설명할 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제작자가 밝힌 것처럼 이미 엘락의 최상위 드라이버들과 300 시리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정점이 담겨있기 때문에 모델명까지 312로 바꾸었으니 말이다. 312의 기술 플랫폼 위에 기술적 디테일의 개선으로 BS312의 성능을 향상시켜 제작자가 원하는 특별한 사운드에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만든 것이 이 기념 모델의 기술적, 음향적 차이이다. 따라서 312의 드라이버 및 크로스오버 같은 기술들에 대한 설명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롤프 얀케는 음질 개선 및 새로운 튜닝을 위해 2가지의 물리적 변화를 시도했다. 첫 번째는 크로스오버와 드라이버들을 연결하는 내부 배선제 전체를 오디오 퀘스트의 케이블로 교체했다. 두 번째 개선점은 크로스오버에 사용한 콘덴서를 훨씬 고급스러운, 새로운 버전의 콘덴서로 바꾼 것이다. 이 두가지 변화를 통해 BS312에서 원했던 사운드를 보다 제작자의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으로 새롭게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오리지널 모델보다 더 음악적이고 훨씬 세련된 디테일을 지닌, BS312의 잠재력을 한층 더 이끌어낸 모델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외형적인 변화로는 크리스털 드라이버의 색깔이 바뀌었다. 기존 모델은 캐비닛과 맞춰 유닛의 모든 색깔이 블랙이었지만, 25주년을 의미하는 ‘실버 쥬빌리(Silver Jubilee)’라는 제품의 별칭에 맞춰 콘지의 색깔을 실버로 바꾸었다. 이 외에도 스피커 케이블 연결용 단자도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부품에서 카본 마감이 입혀진 고급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 단자로 새롭게 교채했으며, 스피커 뒷면에 있는 제품명 표기 패널도 제작자인 롤프 얀케의 사인이 새겨진 새로운 알루미늄 명판이 그 자리 대신하여 25주년 기념 한정판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테스트에는 크렐의 K-300i 인티 앰프와 새로 발매된 엘락 알케미의 DDP-2/DPA-2 프리/파워 앰프를 사용했다. 오리지널인 BS312와 1:1 비교가 아니기 때문에 음질적 차이나 변화를 딱히 언급하긴 어렵다. 순전히 BS312 Jubilee 만의 사운드 청취 결과만을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출발점은 저음이다. 이 시리즈의 전통적인 사운드는 항상 크기 이상의 저음을 들려준다는 점인데, 4.5인치의 소구경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이며 게다가 캐비닛 또한 스피커 유닛에 딱 맞춘 컴팩트한 크기임에도 흔들림없고 적절한 양감을 갖춘 안정된 저음을 들려준다. 특히 소구경 유닛에 상당한 규모의 마그넷을 추가한 덕분에 감도나 양감, 다이내믹스가 꽤나 훌륭하다. 저음은 매우 탄탄하며 높은 스피드로 탁월한 리듬감을 들려주는데 이는 소구경 드라이버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일 것이다. 특히 이 스피커에 엄지를 세울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장점에 작지 않은 저음의 양감도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매지코의 A1 같은 스피커의 저음과 스케일을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격, 크기를 감안하면 만족 그 이상의 결과를 안겨준다. 물론 약간의 셋업 노하우는 필요하다. 뒷면에 포트가 있고, 벽과의 거리에 따라 양감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공간 내에서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야 하긴 하지만, 제대로 위치만 잡아준다면 충분히 즐길 만한, 스피커 크기 이상의 저음 그리고 스피디하며 단단하고 탄력까지 갖춘 저음을 즐길 수 있다.
BS312 Jubilee의 또 다른 특징은 음색과 질감 표현 능력이다. 모두 메탈 소재에 가까운 부품들로 만들어진 스피커지만 사운드에는 거칠고 딱딱한 메탈릭한 톤이나 귀를 시리게 만드는 지나친 밝기가 없다. 오히려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세련된 디테일 표현이 인상적이며 JET V 트위터로 인한 특성이라 여겨지는 고역의 넓은 확장감까지 더해져 개방감이 느껴지는 선명하고 시원한 고역을 들려준다. 비슷한 기술인 리본 트위터를 쓴 스피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엘락의 JET 트위터와 BS312 Jubilee 같은 은은하면서도 매끄럽고 부드러운 질감과 톤 컬러를 선사하는 스피커는 많지 않다.
흔히 리본 트위터와 함께 고역의 확장 그리고 HD 음원의 가청 주파수 이상 대역의 와이드레인지 재생을 주장하는 스피커들이 많지만 스펙에 비해 거칠고 산만하며 고역이 강하여 에지감이나 지나친 밝기로 밸런스에 위화감 내지는 고역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한 리본 트위터의 스피커 사운드들과 다르게 BS312 Jubilee는 JET 트위터 다운 고역의 매끄럽고 유려한 울림을 들려주는데, 특히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을 들으면 실크 돔이나 다이아몬드 돔 같은 소재의 트위터들과는 다른, 실버톤이라 부를 만한 매끄럽고 부드러운 질감에 세련된 디테일이 갖춰진 고역으로 엘락 특유의 음악적인 고역을 들려준다. 스피커는 메탈 그 자체지만 사운드는 정반대의 소리를 내는 셈이다.
입체적인 무대 표현과 음상의 스케일 또한 이 스피커의 장점 중 하나다. 저음 설정과 마찬가치로 스피커 배치가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제대로 저음 설정 포인트와 스테레오 이미징을 잡아내는 위치를 찾아내면 스피커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 넓고 쾌적한 음상과 안길이와 이벤트들이 하나하나 분리된 입체적인 임장감을 그려준다. <말러 교향곡 8번>의 피날레 같은 대편성에 합창까지 들어간 녹음들을 들어도, 무대 위의 악단과 합창단의 위치 구분 그리고 전후 깊이감으로 녹음 공간의 입체적인 공기의 흐름, 냄새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무대 구성을 어렵지 않게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이 BS312 Jubilee의 칭찬할 만한 점 하나를 더 꼽는다면 음압 소화 능력이다. 흔히 이런 스피커들이 작은 공간에서는 적정 볼륨으로 안정된 성능을 내지만 공간이 커지고 볼륨이 높아지면 바터밍 같은 문제를 일으켜서 다이내믹스 표현의 한계를 겪는다. 하지만, 이 Jubilee 모델은 8m x 8m 정도되는 큰 공간에서 적잖은 볼륨으로 드라이브를 걸어도 바터밍없이 리니어한 볼륨 변화를 소화해냈다. 물론 크기로 인해 공간을 꽉 채우는 저음까지는 어렵지만, 양감적인 한계를 보여주기는 해도 바터밍이나 볼륨의 제한을 겪지 않고 폭넓은 볼륨과 음압 레벨을 소화한 점은 정말로 칭찬이 아깝지 않은 이 스피커의 장점 중 하나다.
엘락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300 시리즈, 그 중에서도 310의 역사를 대표하는 최신작이자 기념작인 BS312 Jubilee는 6년 넘게 롱런 중인 모델로, 딱히 개선할 만한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제작자의 말처럼 굉장히 높은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소형 북쉘프 스피커이자 하이테크 스피커였다. 기술적 토대가 그대로인만큼 모델명은 그대로지만, 제작자가 원한 새로운 튜닝과 보다 고급의 부품들로 세련된 변화를 주어 기본형보다 훨씬 더 노블하며 사운드에 아름다움을 더한 음악적인 재생을 이끌어냈다. 미학이라 불러도 좋은 JET V 트위터 특유의 고역 디테일과 질감은 정말 음악을 듣기 좋게, 기분 좋은 사운드를 선사하며 크기 이상의 다이내믹스와 안정된 저음 재생 능력은 팝이나 재즈 뿐만 아니라 대편성 관현악도 문제없이 소화해내는 능력을 제공한다. 크로스오버와 배선재 교체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부품은 단지 변화를 위한 요소 중 일부일 뿐이다. BS312에서 한 차원 높은 음악성 그리고 유려한 톤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작자 롤프 얀케의 튜닝 노력은 BS312를 한층 격조 높은 스피커로 만들어냈다. 물론 가격도 한정 기념작 답게 일부 오르긴 했지만, 엘락의 최고 사운드를 즐기겠다면 분명 이번 25주년 한정 튜닝 버전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기념적인 스피커이다.
Jubilee라는 이름은 단순히 이벤트를 위한 포장이 아니라, BS312의 포텐셜을 모두 이끌어낸 엘락 사운드의 현주소이자 최고의 선택이다. BS312를 고려 중인 오디오파일이라면 무조건 Jubilee부터 들어봐야 한다. 전 세계 250조가 다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타입 :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트위터 : 1 x JET 5
우퍼 : 1 x 115 mm AS -XR cone
크로스오버 : 3,200 Hz
주파수 응답 : 42 - 50,000 Hz
감도 : 87 dB@2.83 v/1m
임피던스 : 4 Ω (min 3.4Ω @ 280 Hz)
사이즈(WxHxD) : 123 x 208 x 282mm
무게 : 7.2kg / ea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 www.sscom.com / 02-216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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