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NE ELEV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디 Oct 15. 2023

내가 창업 한 회사를 소송했다.

[에피소드#1] 23살 때 일이다.  

17년도 3월,

나는 내가 창업 한 스타트업 회사에 소송을 걸었다.

회사 창립 기념일이 약 한 달도 남지 않는 시점이었다.


그 당시 내 나이 23살 때 일이었다.



왜 소송까지 하게 된 걸까.


마치 이혼의 가장 흔한 이유가 '성격 차이'인 것처럼

스타트업을 함께 운영했던 동업자와의 '성격 차이'가 그 이유였다.


그리고 이 '차이'가 문제가 되기 시작 한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회사가 '잘 나가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다. 


동업이든, 결혼이든

서로 힘들고 배고플 땐 애틋하고 의지하다가도

배부르고 따스워지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관계는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쓰라린 인생 레슨이었다.



굳이 소송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경제적으로 따지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마치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모르고

기대에 부푼 마음에 덜컥 혼인신고서에 사인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처럼


나 역시 그때는 스타트업과, 동업자의 지분관계, 계약서가 가진 힘을 잘 모르고

덜컥 창업부터 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마무리가 서로 원만하게 합의가 잘 되었다면

당연히 소송까지 가야 할 이유도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틀어진 관계에서

그 끝이 아름답기란 쉽지 않은 법이었다.



"돈이 아니라, 잘못된 권리에 대해서 주장하는 법은 배울 필요가 있어."


그 당시 내 상황을 들은 아버지가 나에게 해 주신 말씀이었다.

어차피 이제 막 커가는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소송을 한다고 내가 경제적으로 크게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았지만, 돈이 아니라 나 스스로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소송하면, 아마 이 업계에 발을 다시 못 들일지도 몰라요."


내가 소송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자, 회사에 종종 자문을 맡아 준 어느 한 관계자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거의 10년 전인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타트업이 활발하지 않았고, 발이 좁으니 내가 동업자를 소송한 게 알려지면 아무도 나와 같이 창업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맥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얘기이지만, 그 당시 나는 진짜 내가 두 번 다시는 한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못하는 건 아닌가 겁이 나기도 했다.)




"변호사님, 소송할게요."


모든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내린 나의 답변이었다. 업계가 어떻든, 돈이 어떻든 간에 월급 한 번 받지 않고 밤낮으로 갈아 넣은 시간에 대해 아무런 보상과 존중도 없이 그냥 회사를 나가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생각보다 소송은 긴 싸움이고, 그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들어갈 것이고, 그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건 수익을 따지는 비즈니스적인 가치관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이건 나 스스로를 내가 지키는 일이었다.



그렇게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ABOUT RYUDEE


99% 온라인으로만 근무하는

UXUI 디자인, 개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www.oneleven.design/


https://blog.naver.com/onelevendesign/223117607092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창업 실패 후 7년만에 다시 쓰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