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는 나를 만나는 시간
일상의 무료함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어쩐지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나날들.
소파에 길게 누워 머릿속만 바쁘게 돌아가는 날들이 이어졌다.
‘잘 살고 싶다’라고 다짐하지만, 정작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무력한 모습 그대로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어떤 재미로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
질문을 해 보지만, 답은커녕 그 물음마저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누가 이 무료함을 깨워줄 수 있을까, 제발!'
이렇게 무력감이 극에 치달아 발악을 해보던 어느 날, 문득 생각났다.
내가 그토록 즐겨 보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라는 사실이.
팬텀싱어 4를 보며, 여느 때처럼 소파에 몸을 파묻고 TV 시청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유독 마음에 드는 도전자가 생기고, 그에 관한 정보를 찾느라 SNS를 헤매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이나 예능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찾아 블로그를 뒤적이는 날이 늘어갔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처럼 사람들도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고 있겠지?’
그 순간,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점점 포스팅하는 일이 늘어났다.
좋아하는 것들을 글로 남기다 보니,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글쓰기로 이어질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서평을 쓰거나, 좋아하는 음식, 가수, 드라마, 예능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을까?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블로그는 나에게 작은 재미를 찾아준 소중한 공간이었다.
처음엔 블로그를 정보 검색의 수단으로만 여겼다.
맛집, 부동산, 뉴스, 여행 정보 등, 그저 소비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기만 하던 나였다.
'나는 소비자일 뿐, 절대 생산자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소비하던 정보들이 내 생각으로,
내 생각들이 내 글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블로그 활동에 몰두하며, 더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필사 모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필사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생각이 확장되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
눈으로만 읽을 때와 달리,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할 때
점점 문장과 내가 한 몸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필사를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고 그만두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나도 모르게 하고 다녔다.
누군가는 나를 ‘필사 전도사’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해요?”
필사는 단순히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뇌를 확장시키는 독서법이자 글쓰기 방법이다.
그렇게 필사에 집중하며 글쓰기에 의미 있는 시간을 쌓아 나갔다.
내가 생각하는 필사의 힘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이다.
확장되는 생각들과 분야별 다양한 필사 시도는 글쓰기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필사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