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래서 일단 작업에 착수는 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게도 상태(문제) 파악일 것이다.
현재 우리 앱의 번역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1. 일부 한글번역이 되어있으나 여전히 영어가 많이 보임
2. 한글로 번역된 내용이 있다한들 외국인 직원이 기계번역을 통해 작업한지라 특유의 딱딱하거나 어색한 번역 느낌이 강함
(e.x. '작업이 제출되었습니다' 가 아닌 '작업 제출' 혹은 '제출됨' 등)
3. 한국인 직원이 번역한 경우에도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기보다는 단어 자체만을 보고 번역함
(e.x. 'Others'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라 번역되어있었는데,
여기서의 others는 사실 여러 선택지, 예를 들면 국가를 선택하는 옵션 중 하나임. 때문에 '기타' 혹은 '그 외' 등이 적절함)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먼저 테스트 번역을 해보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그 정답이 거의 정해져있는 경우이기에 품만 들이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무슨 말이지 알아만 듣게 해 놓으면 나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니까.
하지만 테스트 화면을 보니 어딘지 불만족스러웠다.
의미는 잘 전달되었지만, '느낌'이 별로였다.
내가 이전에 다른 외국 앱을 써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떻게 비유할 수 있을까..
마치 일은 큰 문제없이 처리하지만 완전 무표정으로 영혼없이 일하는 공무원같달까.
삭막하고, 재미없고, 불친절했다.
또한 '이상한 싸구려 중국산 앱' 같았다.
딱 봐도 외국 앱 같고, 무엇보다 신뢰도가 없었다.
여기.. 가입해도 괜찮을까?
개인정보 다 털리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니는 내가 이런데, 실제 유저들은 오죽할까.
이런 이질감과 불신감을 해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 혼자만 갖고 있던 생각이므로,
동료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그걸 왜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는 그냥 개발자일 뿐이기에 월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는 대부분 외국인이므로,
한국어 특유의 느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동료들을 설득할 좋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