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어느 날,
테크 + 프로덕트 부문의 전직원들이 함께 하는 온라인 미팅에서 나는 공표했다.
앱의 전면 재번역을 진행하고, 더불어 번역체가 아닌 네이티브의 자연스러운 느낌 + 친근한 말투를 통해
유저들로 하여금 편안한 앱으로 탈바꿈시키겠노라고.
영어로 표현해야 하기에, 그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대충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 앱의 한국어 번역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
마치 '어..그래 왔니..? 그럼 대충 이거 하고.. 저거 하다가.. 볼일 끝났으면 꺼져 (Get the fuxx out of here)' 같은 느낌이라고.
그리고 너무 영어가 한국어로 번역되어있는 티가 많이 나.
영어를 주로 쓰는 나라에서는 이 느낌을 모를 수도 있는데,
뭔가 신뢰가 안 간다고. 이질감이 들어.
신뢰감도 높이고 유저 체류 시간도 늘리려면, 미래를 위해 이 작업을 해야만 해.
당분간 내가 이 작업에 매달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니?
연기까지 해가며 한 설득은 꽤 성공적이었다.
(설득에 약간의 유머를 곁들여줄 때 굉장히 긍정적인 자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따뜻하게 웃으며 들어주었으며,
프로덕트 책임자는 앞으로 한국어 번역 관련 작업은 모두 네 손을 거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인 개발자나 디자이너들도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 나와 컨펌을 거치라고 공지해주었다.
물론 내가 고정적으로 해야 할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기긴 했지만,
내가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답답함이 나에게 더 컸기에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제 해당 작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등에 업은 상태이다.
다음으로 할 것은,
어떤 방식으로 작업할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