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쉬업엔젤스 이택경 외1,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투자유치 전략>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씬에서는 돈줄이 말랐고, 이 힘든 시간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VC들이 신규 투자는 생각도 않는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투자 유치에도 마케팅에도 소극적이었던 스타트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반대로 각광을 받았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새로운 투자 라운드에서 큰 폭으로 깎여나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현금이 가장 쌌던 시절에 치솟았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주저앉는 걸 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평가에 정성적인 측면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언젠가 내가 한 이커머스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칭찬하자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이 "그만큼 돈을 많이 쓰니까 가능한 것"이라며 평가절하한 적이 있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인데, 아쉽게도 요즘 같은 불황에서는 "절반은 맞고"에 무게가 실린다. 사업의 진짜 가치는 이렇게 힘든 시기에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책을 읽고 다시 업의 본질을 생각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인 것 같다. 투자를 받는 건 어렵고 또 대단한 일이지만, 그 자체로 사업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지분이 희석되거나 투자 라운드에 시간을 뺏기면서 사업에 소홀해지는 등 단점도 존재한다. 그래서 드물긴 하지만 투자를 받지 않고 부트스트랩 방식으로 창업을 하는 창업자들도 있다. 투자 받은 돈을 슬기롭게 쓰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현금이 말라 하나 둘 문을 닫는다. 결국 될 사업을 만들어 가는 것은 창업가에게 달린 일이다.
투자 심사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도메인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의미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심사역이지, 그저 큰 돈을 투자해주는 심사역은 아닐 거다. (VC 단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사업성이 검증된 스타트업보다는 아직 주목을 못 받았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를 발굴하는 게 VC의 핵심 영역 아닐까. 심사역은 그가 발굴한 서비스로 기억되지 수익률로만 기억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심사역은 화려한 직업이 아니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 잘 버텨야 하는 직업이라는 얘기가 다시 주목을 받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