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유... 유레카!
https://brunch.co.kr/@briefing/18
<전편에 이어...>
각설하고 내 또래의 아르헨티나 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그동안 막혀있던 체증이 풀리는 기분이 들기는 개뿔... 그래도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생생한 현지 사정을 들으니 머리 속에서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
유레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릿속에서 한 가지 답이 떠올랐다!
한국을 떠나기 전 아르헨티나가 망했다 소리는 듣고 왔지만 현지에서 듣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아르헨티나의 환율이 붕괴되자 정부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수입을 금지하고(?!) 그런 연유로 수출도 안 되는 상황. 수입해온 물건을 가져오려면 알고 지내는 세관이나 관련 직원에게 뒷돈을 주고 가져오는 지경이었다. 자유로운 무역이나 거래가 되질 않으니 한국에서 가전제품을 떼다 파는 이분들도 상황이 여유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아베샤네다 의류거리에서도 한국인들 사이에 이미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현격히 벌어져 있었다. 이민자 중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고 성공한 사람들은 봉제공장, 도매를 거쳐 대형 점포를 운영하며 2세, 3세에 거쳐 운영이 되고 있는 상황.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밑에서 그냥저냥 생계를 유지하는 듯하였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릿속에서 한 가지 답이 떠올랐다!
노 답!
한국만 답이 없는 줄 알았는데 여기도 노답이었다. 한국에는 가족, 친척도 있고 말이라도 통하지 그런 기반이 아무것도 없는 아르헨티나에서 누가 나를 도와주겠는가? 어쩌면 나는 너무 희망적인 기대와 충분하지 않은 보험을 가지고 이곳에 뛰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곳 교민들은 현지에 가족이 있거나 가정을 없는 나 같은 단독 이민자는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현지 교민들이 몇 번 당한 적이 있다나?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삶의 기반이 있고 언어가 통하는 교민이 막 한국에서 넘어온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쳤으면 쳤지 아무것도 없이 넘어온 사람이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여기는 그렇다고 한다.
매일 아침 새로운 해가 뜰수록 머리가 점점 더 복잡해진다. TGIF에서 만난 분들이 아베샤네다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같이 커피나 한잔 하자해서 다시 아베샤네다 거리에 나왔다. 이렇게 가게들이 많은데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다니... 하긴 이곳의 한국 사람들과 연결 고리가 하나도 없는데다 언어도 되질 않으니...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베샤네다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 3세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할수록 일말의 기대도 점점 사라져갔다. 약간은 어눌한 한국말은 차치하더라도 자라온 환경과 경험이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서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동질감, 교류를 원했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꿈인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그들은 이미 가게가 직원들에 의해 알아서 돌아가는 대형 매장의 사장 그리고 나는 불쑥 한국에서 날아온 아무 관계없는 불청객...
이 사람들하고 엮여서 이곳에서 무언가 시작할 가능성은 별로 없겠구나...
계속된 노답 행진에 정신적 방황이 이어졌다. 다시 성당에서 만난 밀싹 주스 영감님 댁에 찾아갔다. 마침 한국에서 넘어왔다는 조카분이 집에 있어서 인사를 나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정착 왔다길래 안 그래도 만나보고 싶었다. 조카는 나보다 2~3살 연상의 남자로 한국에서 SK를 다니다 그만두고 삼촌이 자리를 잡고 있는 이곳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나와 행보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는 가게도 아베샤네다 근처에 있는데 같이 가볼래요?
그래 이제는 내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없다! 일단 부딪쳐 보는 거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