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1,400원인 시대 속, 믿을만한 영웅은 바이오
특정 주식에 대한 추천, 혹은 펀더멘탈 및 차트에 따른 분석보단 상당히 주관적인 사고에 근거한 글입니다.
학창 시절 이후 오랜만에 쓰는 글인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라겠으며, 비판은 환영합니다.
* 핵심요약
1. 달러 정상 범위는 1,200~1,300원이 아닌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 달러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달러의 강세뿐만 아니라, 수출 감소에 따른 원화의 약세에 기인한다.
3. 반도체 이후, 바이오 기업들이 외화를 벌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달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이다. 최근 그 달러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원화로 급여를 받고 있다. 교과서 혹은 뉴스에서 자주 보던 '글로벌 사회'에 맞게 달러로 우리의 자산 및 급여를 환산해 보면 우리는 계속해서 돈을 잃고 있다.
과거 2009년 7월 4일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형돈은 위와 같은 대사를 했었다. 여기서 1,200원은 1달러를 뜻하는 말이었다. 당시 1달러가 1,200원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던 'Normal'한 현상이다. 다만, 지금은 1,450원을 넘는 수준에서 달러/원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원 환율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오르게 된 것일까?
1995년부터 지금까지의 달러/원 추이를 그려보았다. 검은색 선은 1,400원으로 약 20년 간 1,400원을 넘었을 때는 1) IMF, 2) 서브프라임 모기지, 3) 코로나19, 그리고 현재다. 1) ~ 3) 구간은 모두가 아는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있던 구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고, 위기의 상황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늘어난다. 그렇다면 지금은 앞서 말한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있던 구간인가? 그렇다기에는 너무나 평화롭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오르게 된 큰 배경으로는 1)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2)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다.
1. 현재 달러/원 환율은 도대체 이렇게 올랐을까?
과거 한 번 당선이 됐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1) 관세와 2) 리쇼어링 정책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여러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부과받은 국가가 그에 대한 보복을 하면 무역전쟁이 발발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수출/입이 줄어들고 다른 국가에서 달러를 보유할 기회가 줄어든다. 즉, 달러의 공급이 줄어들며 그에 대한 가치는 오르게 된다.
다음으로 해외의 생산 시설들을 자국으로 다시 이전하는 '리쇼어링'도 장려하고 있다. 과거 여러 기업들이 낮은 인건비와 세금 등의 이점으로 인해 다른 국가에 생산 시설들을 건립했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시키려는 '리쇼어링'을 꽤 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 퍼져있던 미국 생산 시설들이 다시 미국으로 이전되게 된다면 그만큼 달러를 또 얻기 힘들어지게 된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前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전에는 1979년에 선포가 되었었고, '서울의 봄'의 영화를 통해 그 당시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그런 비상계엄이 선포된 사실이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로 퍼졌다. 이에 일반인들은 한국 여행을 당분간 가지 않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화를 매도하게 된다. 그렇게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게 됐다. 현재 달러/원 환율이 전 세계적 위기였을 때와 비슷한 이유는 달러의 상승과 원화의 하락이 겹쳤기 때문이다.
2. 늘 그랬듯 다시 달러/원 환율이 'Normal'로 돌아오지 않을까?
위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듯, 결국 달러/원 환율이 올라도 결국 다시 내려갔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물론 달러의 가치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 멕시코가 국경을 강화하고, 마약을 단속하겠다고 밝히며 두 나라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미국을 위한 협상카드로써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여러 나라들이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준다면,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 약세 지지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관세를 밀고 나가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달러의 가치는 내려가겠지만, 과연 원화의 가치는 올라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G20 중 수출 의존도가 3위에 달한다. 달러 스와프 등 달러/원 환율을 움직일 수 있는 요인들이 많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이다. 우리나라 제품들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달러를 받아와야 한다. 하지만, 전의 글에서 언급했듯 KOSPI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다른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위의 차트는 KOSPI의 매출액 증감률과 수출 증감률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에 따른 매출 변동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수출을 보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그 폭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에 증감률이 (-)를 기록할 때가 많았던 것을 보면, 지금의 상황은 나아 보일 수 있다.
위는 삼성전자의 주가이다. 주가는 회사의 실적, 재무, 미래 등을 포함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21년부터 삼성전자의 주가는 꺾이기 시작했다. 22년 즈음 다시 올라오는가 싶었지만, 최근 굉장한 속도로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KOSPI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와 수출 증감률을 비교하면 꽤나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출에 대한 미래도 꽤나 절망적일 수 있다. 달러/원 환율 또한 그럴 것이다.
3. 원화의 미래는 결국 없는 건가?
우리나라에는 반도체의 비중은 크지만, 반도체만 있지는 않다. 조선, 자동차, 화장품, 2차 전지 등 다양한 산업이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산업들이 아직 반도체를 이기진 못했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넘어설 산업으로 '헬스케어'를 꼽는다.
전의 글에서 삼성전자가 지위가 지속되기 힘든 이유로써 '인재'를 지목했다. 수능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은 미래 인재들은 의대로 간다. 이 말은 곧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은 의료업계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각이 들 것이다. 의대를 간 사람들이 한국에서 신의 직업이라 불리는 '의사'를 포기하고 일반적인 회사나 연구원으로 취직할까?
의대생의 자퇴율은 계속 늘어난다고 한다. 물론, 상향 지원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출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18486639018152&mediaCodeNo=257) 하지만 여기에는 부모님의 말만 듣고 공부하다 의대를 갔지만, 환자 및 보호자의 고통과 환부를 보는 것이 성향에 안 맞아 의사를 포기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의대 2025년도 의사 국시의 합격률은 70.4%에 불과하다. 나머지 29.6%는 물론 재도전을 하겠지만, 이 중에는 국시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kormedi.com/1567952/)
이런 사람들은 그러면 일반적인 회사원 혹은 공무원으로 취업할까? 내 자녀가 의대를 나왔는데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공무원을 준비한다면 내 억장도 무너질 것이다. 최대한 본인이 공부했던 지식과 전공이 인정받을 수 있는 쪽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가지 않을까?
위는 우리나라에서 상장된 기업 중 산업별 시가총액의 비중이다. 왼쪽은 2015년 기준, 오른쪽은 2025년 기준이다. 붉은 영역이 '건강관리' 즉 바이오 기업을 나타내는데, 15년 불과 2.1%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무려 12.0%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코스닥 지수만 보더라도, 상위를 구성하는 종목에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펩트론, 보로노이 등 다양한 기업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대생에게 있어 더 이상 '의사'라는 진로만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주식을 통해 '바이오'와 관련된 기업은 다 도박판과 같은 곳으로 볼 수 있다. 실로 그런 것이 헬스케어 지수를 보면, KOSPI 대비 급락과 급등을 크게 반복하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상 및 L/O(라이선스 아웃) 여부에 따라 기대감이나 실망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초기였던 만큼 임상 소식이 많았으나, 리가켐바이오, 올릭스 등 최근 기업들을 보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에게 임상한 약품을 L/O 하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L/O는 규모도 크다 보니, 이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오르고 KOSPI 혹은 KOSDAQ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바이오에 대한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결론
달러/원 환율이 IMF, 서브프라임 모기지, 코로나19 때처럼 1,400원을 넘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긴 했지만, 쉽사리 돌아오고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른 달러 강세도 있지만, 수출 부진에 따른 원화의 약세도 겹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수출에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원화의 가치가 다시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 원화를 벌어들이는 우리는 실시간으로 돈을 잃고 있는 것이다. 연봉이 상승해 봤자, 달러가 오른 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사실상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인재'였다. 수능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학생이 반도체가 아닌 의대로 간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정상급 인재들은 '바이오' 기업에 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바이오 기업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긍정적인 임상 소식을 밝히며, 글로벌 대기업들과 L/O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원화,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치가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바이오 기업의 발전이 필요하고,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