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 Feb 04. 2021

대인관계, 사람 사귀는 법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이 일년동안 사람을 사귀어본 경험담

나는 2020년 한 해동안 모 기관에서 열리는 1년짜리 실습교육과정을 이수하였다.

내성적인 사람인데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선천성 사회불안을 겪고있는 사람으로서 사람사귀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는 나였기에 이 수업의 시작점에서는 불안과 걱정에 온몸을 떨어야했다. 그러나 수업에서 만난 선생님과 교육원생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고 나는 그 어떤 다른 집단에서 보다 훨씬 쉽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초중고대학, 그리고 사회생활을 거치며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본적이 거의 없던 나에게 이건 거의 기적같은 일이었다. 지난 1년간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 이야기들을 표출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었고 인연이 계속 될 좋은 사람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은 교육과정의 본래 목적인 지식과 배움을 쌓는 것 보다 나에게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교육과정은 어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 동안 나는 초, 중, 고, 대학, 회사생활까지 수 많은 집단에 속해왔지만 집단생활을 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사람과 헤어져서 참 아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년간 새로운 집단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게 되면서 나는 대인관계에 관한 많은 스킬과 노하우들을 얻었다. 선택적함구증을 앓았으나 치료를 제대로 못받고 자란 성인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것을 기록으로 남겨보려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서로 어색하고 어렵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반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 사귀는 방법을 정말 1도 몰랐다. 그래서 지금도 친구가 없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나를 어색해했고 결국 떠났다. 이건 내성적인 문제를 넘어 그냥 '말'자체를 입밖으로 내기 힘든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내성적인 친구들이라도 최소한 말은 할 줄알고 '친구사귀는 법'정도는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최소한 나보다는 말을 잘하고 사람사귀는 방법을 아는 네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아얘 버리는것이 좋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생전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경계를 세운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상시 활발해보이는 사람도 처음 만난 사이엔 어색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간의 이런 어색한 기류를 깨려면 어떤 사건이나 계기가 필요하다. 사건이라고 해서 큰 것이 아니라, 그냥 한 마디 거는 것도 사건이 될 수 있고 친해지는 계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그 말꼬리를 물고 되받아치며 흥미로운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네가 먼저 다가와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 오가는 대화보다는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대화를 기대하게 되기 때문에 관계 발전에 방해가 될 수 밖에 없다. 받기만 하는 관계는 절대로 지속되기 어렵다.


계기와 사건만들기, 나에 대한 경계를 풀게 만들기

사람들은 누구나 어떠한 사건과 계기를 통해 친분을 쌓아간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만 상대방은 나를 파악하게되고 나에 대한 경계를 풀고 나에게 잘 다가올 수 있다. 위에서 서술하였듯 처음만나는 사람끼리는 외향/내향을 떠나 무슨말을 해야할지 어색하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낯선 것에 대한 본능적 경계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조금씩 말이나 어떤 행동을 취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편한 감정이 조금씩 생기고 그것에 익숙해지면서 경계가 풀어지는 것이다.

엄청 큰 계기나 사건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부터 소개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사건,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대화스킬로, 지난 1년간 교육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친분을 쌓을때 어떤 태도와 모습을 가지는지 직접 관찰한 내용들이다.


1. 누군가 어떤 행동을 하고있다면 그 행동에 동참해주고 거들어주고 리액션해주는 것만으로 서로 알아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누군가 청소를 하고있다면 내가 청소하고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옆에 가서 "도와드릴까요?"라고 한 마디 건다던지, 누군가 회사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면 "이 커피 맛있어요? 저도 잠이 좀 와서 한 잔 먹어야겠네요"라며 그 일에 동참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곳에 모여서 대화하고 있다면 그냥 그 옆에 가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뭐땜에 모여있는지 관심가지고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편안한 감정을 갖기 때문이다. 


2. 상대방을 칭찬하거나 관심보이는 말로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예를들어 옷이나 액세서리, 새로 산 것 처럼 보이는 물건 등을 칭찬하는것이다. "어? 이거 못보던건데 샀어요? 와~ 너무예쁘다.", "이거 저도 사려고 했는데 괜찮아요?"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나에게 호감을 보일 수 밖에 없고 나에게 경계를 푸는 계기가 된다. 


3. 모르는 것을 질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르는게 없다면 아는 것이라도 그냥 물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경계를 풀게만드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사적이라 불쾌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고 되도록 공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좋다. 학생이라면 옆자리 친구한테 모르는 문제라던지, 수업일정이나 진도, 숙제, 수업의 난이도, 선생님에 관한 것 등에 대해 물을 수 있고, 회사에서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이나 회사의 일정, 상황 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이런 공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일반적으로 "이런 걸 왜 묻지?"라며 나쁜 감정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왜냐면 개인적인 질문이 아니기때문에 기분나쁠일이 없으며 질문 받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모르는 것을 내가 알려줄 수 있다면 도움을 준것에 대한 기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4. 좀 쉽고 재밌는 방법인데, 동물 사진을 보여주거나 동물 이야기를 하면 의외로 쉽게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동물을 직접 키우고 있거나 돌봐주는 길동물이 있다면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 웬만해선 강아지나 고양이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은 없다. 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아도 귀여운 외모의 동물을 옆에서 보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동물관련 광고도 아닌데 CF에 뜬금없이 괜히 개나 고양이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귀여운 것을 보면 그냥 호감이 가기 때문이다.


5. 괜히 날씨이야기를 한다. 날씨 이야기는 누구에게 하더라도 기분나쁘지 않고 이상하지도 않으면서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야기이다. 친하지 않은 어색한 사람과 함께 밖을 걷고있다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위해 내뱉어볼만한 이야기다.


6.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는 말이나 걱정해주는 말로 다가가기. 아직까지 나는 잘 안되는 부분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들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제 잘들어갔냐, 이 작업하니까 여기가 아픈데 너는 안아프냐, 힘들지 않냐, 등등 



+호감가는 사람의 대화법

1. 솔직하게 말하자. 잘 모르는 분야의 대화가 흐르고 있다면 "나는 사실 그건 잘 몰라서 무슨얘기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눈치가 없어서 잘 파악을 못해.."라던가, 지식의 한계가 드러나서 민망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아는 것 처럼 수습하지 말고 "제가 그건 잘 몰라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2. 자신을 낮춰말하기. 겸손이 미덕이라고 동양에서는 겸손한 사람이 호감을 얻기 쉽다. 나는 누군가가 내 칭찬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하하" 웃음을 짓고 얼버무리기 일쑤였는데, 그 보다는 "아니예요. 그 정도로 잘하진 못해요. 잘보면 실수한 부분이 있답니다."라며 겸손한 이야기로 맞받아 치는 것이 더욱 관계를 즐겁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리면 대화가 그냥 거기서 단절되기 쉽지만 뭔가 한 마디라도 더 하면 분위기가 한 층 좋아지며 그 한마디가 또 다른 맥락의 대화를 불러올 수 있는데다 그 한마디가 자신을 낮추는 한 마디라면 호감까지 살 수 있는 것이다.


3. 리액션 잘해주기. 내가 어릴때 상담센터에 대인관계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말하면 상담사가 자주 처방내리던 해결법이었다. "말을 잘 못해도 네가 대화를 리드하지 않아도 반응만 잘해줘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 해결법은 그 당시의 나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았었다. 그 때의 나는 "말하는것 자체"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공포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지금도 리액션은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리액션으로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다보니 리액션을 참 재미있게 하는것이 인상깊었다. 그런 재미있는 리액션과 말장난 같은 말들로 서로 친분을 쌓아가는 것을 느꼈다. 저런 재밌는 리액션을 도대체 어떻게 즉각 떠올려서 내뱉는지 나로선 아직 어려운 부분이다. 이건 단순히 스킬적인 것이 아니라 많은 대인관계 경험치를 쌓아야 가능한 부분 같다. 아직 갈길이 멀다. 


위의 내용들은 사실 대인관계를 원활히 잘 이뤄가는 일반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어릴때부터 친구를 사귀면서 또는 윗사람들을 대하며 몸에 베어온 스킬이거나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릴 때 부터 불안장애로 기본적인 인사도 말로 내뱉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쌓아갈 경험을 별로 하지 못하였고, 이런 내용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또한, 알고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말로 내뱉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들도 많다. 



나도 한 발짝 다가서기

그냥 받기만을 기대하는 대인관계는 실패하기 쉽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싶다, 이 집단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보고싶다'라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려면 정말로! 반드시! 사람들에게 말을 먼저 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그 동안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한테 사랑받지 못할 말을 해서가 아니라 '말'자체를 하지 못해서이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였지만,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모습을 오픈하는 것, 경계를 풀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가진 어떤 면모들, 모습들을 하나씩 꺼내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은 나를 파악하고 알아가고 경계를 풀게된다. 그런데 나는 꽁꽁 얼음에 갇힌 인간처럼 말 자체를 하지 못했고 사람들은 나를 알아갈 기회를 계속 놓쳐버렸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나를 '조용하고 차갑고 같이 있으면 어색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심하면 경우에 따라서는'우리를 배척하고 싫어하니까 저렇게 차갑게 군다'등으로 인식하게된다. 집단안에서 사람들에게 한번 이렇게 낙인찍히면 관계가 계속 어렵게 되고 더욱더 나를 오픈하는 계기를 만들기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처음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용기를 내서 무슨 말이라도 해서 나를 오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말을 꺼내려고하면 얼음이 되고 인사하는 것 조차 많이 어려운 단계라면, 사람들앞에서 말하는 연습부터 먼저 되어야한다. 처음에는 1:1대화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동시에 만나는 사람수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나의 구체적 상황과 경험담

교육과정에 들어갈 당시의 나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들에겐 어느정도 말을 할 수 있었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것은 너무 떨리고 불안해서 잘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성이나 윗사람의 경우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워했다. 그러나 이번 집단 생활을 잘하고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는지, 처음 만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때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냅다 질러보는 시도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실습수업에서 전체 학생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한번 씩 돌아가면서 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이번엔 제가 해볼래요!" 라고 먼저 용기있게 말한다거나, 옆 사람이 무언가를 잘 못하고 있을때 "이건 이렇게 하는거래요"라고 도움의 말을 먼저 꺼낸다던지 하는 것이였다. 일반인이 봤을 땐 그거 말하는데 무슨 '용기'까지 필요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저 말을 꺼내기 전 까지 수만번의 생각과 불안, 떨림, 두근거림이 있었고 그 말을 내뱉고나서도 '괜찮은 타이밍이였을까? 저사람이 내가 나댄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등의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경계를 빨리 풀었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횟수가 늘어갔다.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한 나는 좀 더 자신감이 생겼고 용기내어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경험을 늘려갔다. 물론 중간에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 말을 뱉는 과정이 정말 쉽지만은 않았다. 뭔가 말을 꺼내보려고 하다가 쑥 들어가버린 경우도 많았고 말을 뱉었다가 왠지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한 것 같아 하루종일 그 장면만 머릿속에 되풀이하면서 괴로운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사람들과 가장 말을 많이 하고 많이 웃고있는 시기인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조용한 사람이라 평가했고 어떻게든 사람들과 잘 지내보고싶어서 노력해보려해도 생각이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 않아 스스로 실망할때도 많았다. 사람들이 서로 모여 대화하는 곳에 나도 끼면서 다가가고 싶은데 뭐라 말걸며 다가가야할지 모르겠고 쑥쓰러워 나혼자 그냥 자리에 덩그리니 앉아있는 경우도 여전히 많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와도 뭐라 되받아쳐야할지 몰라 헛웃음으로 때울 때도 있었다. 그런 나에게 나는 "이 바보야! 이렇게 말했어야지!!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반응해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 때문에 잠도 안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들은 내가 이제껏 대인관계 경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없기 때문에 서툴어 생기는 일이려니. 아직 성장하고 배워가는 단계기 때문에 당연히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려니.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니 다음에 용기가 날때 다시 시도해보면 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해주며 꾸역꾸역 괴로운 마음을 넘겨냈다. 그리고 그렇게 한 해를 버텨냈다. 잘 해내지 못하고 스스로에 실망하는 날이 있어도 절대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과거의 나는 몇 번시도해보다 안되면 중도 포기 하고 아웃사이더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하려는 말을 용기가 부족해서 하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날 다시 시도해보면 되. 라는 마음으로. 그러다 보니 어떤날은 실망과 우울로 뒤덮히는 날 도 있었지만 어떤 날은 사람들이 나의 행동과 말에 웃고 재밌는 사람으로 봐주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참 행복하고 정말 살아있다는 기분이 느껴졌다.


교육 과정이 끝나는 날, 나는 계속 연락할 수 있는 4명의 친구를 얻었다. 과정을 마치고도 "다음에 날잡아서 함께 보자"는 말이 나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끼리의 단톡방도 만들어졌다. 항상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졸업하고 퇴사하는 날 사람들과의 관계는 흐지부지되고 내 곁에 남아있는 친구는 없었는데, 이번엔 정말 성공적인 대인관계를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론 불안한 마음도 있다. 얼마나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기도 하고, 내가 사람들에게 용기내어 계속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또 과거처럼 자기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홀연히 사라지고 버려진 나만 남아있을 미래가 상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나를 계속 단련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 많이 불안하다. 불안하지만 그냥 가보는 수 밖에 없고 또 도전해보는 수 밖에 없다. 경험으로 단련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이 사회, 관계망 속에 살아가야하는게 인간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또 혼자가되면 외로움과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는 나약한 인간이니까. 




+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고있는 유투브 영상

https://youtu.be/lh5Zyo0Yu8Q


아이스 브레이킹에 대한 내용인데, 정리해보면 이렇다. 

영상 속 남자가 자주 가는 편의점이 있는데, 방문할 때 마다 마주치는 편의점 직원이 있었다. 그 사람은 굉장히 무뚝뚝한 여성으로, 남자가 방문할 때 마다 "봉투필요하세요?, 얼마입니다." 외에 다른 말을 한 적도 없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매번 갈 때마다 직원이 너무 차가운 인상이라서 "혹시 저 직원이 나를 '도대체 이시키는 편의점을 몇 번씩이나 오는거야?' 라고 나쁘게 생각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무튼 그만큼 차가운 인상의 내성적인 직원이었는데, 어느 추운 날 그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밖에 있는 파라솔에서 먹었는데, 그렇게 무뚝뚝했던 직원이 다가오더니 "밖에서 먹으면 안추우세요?"라고 했단다. 그 순간 남자는 정말 하늘에서 천사가내려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내가 사람을 정말 잘못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한마디를 걸었을 뿐인데, 둘의 관계는 아마 이전과는 다르게 전개될 확률이 높다. 이제는 편의점에서 마주할 때 마다 계산에 필요한 말만 하는게 아니라 간단한 안부정도는 주고받는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 

대인관계에서 누군과 친해지고 싶다면 초창기 만남에서 내 모습을 좀 흘려야한다. 딱 하나만 흘려도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관계가 전개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과 상담일기2. 약물치료를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