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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자몽 Sep 30. 2022

쑥스러움 많은 아이의 반전

6주차_날 닮은 너


“아이가 쑥스러움이 많은가봐요. 구석에 숨어 있네요.”


의사 선생님의 말처럼, 처음 만난 파이리는 아기집 구석에서 발견됐다. 가운데 넓은 공간을 두고 굳이 구석으로 파고드는 중이었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쑥스러움이 많지?”


아내나 나나 쑥스러움이 많은 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둘 다 MBTI 검사 결과가 I로 시작하는 내향형 인간이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낯도 꽤 가렸다.


아이가 벌써부터 부모 성격을 닮았다면 쑥스러움을 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파이리가 구석으로 파고드는 데엔 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아빠 자는 거랑 똑같네…!”


초음파 사진을 유심히 보던 아내가 재밌다는 듯 얘기했다. 파이리가 구석으로 파고드는 게 딱 내가 잘 때 모습이라며 웃었다.


잘 때 구석을 선호하긴 했다. 평소 침대 한가운데서 대자로 자는 아내와 달리 웅크린 채로 벽에 붙어서 잠을 잤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눈앞에 벽이 있었다. 가끔은 침대가 밀려서 생긴 벽과 침대 사이의 틈에 들어가 자다 깨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있었다.


별 걸 다 닮는구나 싶었다. 미소가 새어 나왔다. 7주밖에 안 된 아이가 벌써 즐거움을 준다며 아내와 마주보고 웃었다.


다음 병원 갈 날만 기다리는 요즘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사진 출처: red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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