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Oct 27. 2024

잠이 오지 않는 밤의 단상

잠이 오지 않는다.


시계는 어느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바깥의 소음도 잦아든 지 오래다. 내 방의 암막 커튼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빛이 벽지에 흐릿한 그림자를 만든다. 어릴 땐 그저 잠들면 그만이었는데, 서른 중반을 넘기고 나니 잠자리에 드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워졌다.


'내일 주식이 오를까?', '더 늦기 전에 연애해야 되는데.', '생각하기 싫은데, 자고 싶은데.' 

그런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밤이 깊어질수록 쓸데 없는 생각은 더 짙어진다.


문득, 10년 전의 내가 떠오른다. 스물일곱의 나는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일 거라 상상했을까. 아마도 결혼은 했겠고, 안정된 직장에 편안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 기대했겠지. 현실은... 글쎄, 기대에 미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이불 속에서 한참 몸을 뒤척이다 결국 잠옷 차림으로 베란다에 섰다. 깜깜한 밤하늘. 도시에 사는 내게 별이 보일 리 만무하다. 대신 저 멀리 몇 개의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나처럼 잠 못 이루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듯 빛나고 있다.


어쩌면 저 불빛 뒤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언제 할 수 있을지, 집 대출금은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승진은 언제쯤 가능할지... 드문드문 켜진 베란다 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바람 한줄기가 살며시 얼굴을 스친다. 어쩌면 오늘, 부족한 잠을 안고 하루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조급하지는 않다. 베란다에 턱을 괴고 있는 이 시간이 주는 고요함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일까. 가끔 이렇게 나만 뒤처진 것 같고,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럴때마다 잠은 오지 않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사실, 나의 속도로 잘 살아 왔고, 잘 살아 가고 있다. 그건 늦은 새벽까지 불을 켜고 있는 저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눈을 감는다. 언젠가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고 웃으며 회상하는 날을 그리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잔향 너머의 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