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인정해주는 신혼 기간은 만 7년이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만 해도 5년이었는데 최근에 2년 늘었단다. 혼인신고를 조금 늦게 해서 우리는 결혼식을 올린 뒤부터 만 7.6년을 신혼부부로 지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신혼 끄트머리에서 이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연애만 만 7년을 꼬박 채우고 시작한 결혼생활에 웃음만 가득했던 것은, 솔직히 아니다. 피 터지게 싸우고 소리 지르고 울었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결혼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엔 무조건 아니다, 라고 답한다. 그와 풋풋한 20대를 보내며 쌓았던 연애의 추억도 소중하고 좋지만, 결혼 뒤에 더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렇다는 이들도 있다. 같이 육아를 하고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야 진정한 결혼 생활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은 연애의 연장선이라고 느낄 때가 꽤 자주 있다. 둘 다 일을 하는 데다가 근무시간이 불규칙하다보니 주말에도 같이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루 한 끼는 같이 먹자는 약속을 했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못 지키고 있다. 누군가가 잠이 들어서야 다른 한 사람이 퇴근할 때도 종종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를 하던 연애 시절과 실제로 만나는 시간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 달라진 점도 분명히 있다. 서로에 대한 강한 믿음과 사랑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게 결혼 생활이라는 것을 종종 느낀다. 경제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단단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남편이 성과급이라도 받으면 연애할 때는 좋은 선물을 받고 싶어했지만, 이제는 퇴직연금에 돈을 넣을 생각부터 한다. 맛있는 과일이라도 먹으면 우리 엄마 생각과 함께 시어머니가 떠오른다. 20대 때는 데이트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지금은 때때로 관심 있는 주식 종목이나 부동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고민해서 매매한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축배를 들기도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여전히 설레면서도 무던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잠자리에 들 때면 언제든 그의 오른쪽 어깨는 나만의 것이다. 이건 우리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온 뒤 안기는 그의 품은 늘 따스하다. 길을 걸을 때마다 우린 자연스럽게 한쪽 손을 잡고 걷는다. 고기를 맛있게 구웠으면 가장 첫 점은 상대방의 앞접시에 놔준다.
배우자를 볼 때마다 두근거린다면 그건 사랑보단 심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언제든 기쁜 일에 더 크게 기뻐하고 슬픈 일엔 누구보다 먼저 울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부의 삶은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과 임신, 육아는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선택이다. 결혼은 택하고 육아는 택하지 않은 삶도 그 안엔 못지 않은 치열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