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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걸 Feb 13. 2020

미안해요, 리키

택배기사, 특수고용노동직, 켄 로치

켄 로치 "50년전에 이야기했던 것을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봉준호 "우리는 사실 자본주의라는 같은 나라에서 살고있다"

의료보험의 사회적 모순점을 블랙코메디로 그린 전작 <나,다니엘 블레이크>처럼 

<미안해요 리키>는 택배기사인 리키의 일상 드라마를 통해 그늘진 부분을 보여주는 영화다

택배기사인 리키의 일하는 모습, 가정사가 일기처럼 그려질 뿐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숨을 쉴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같은 느낌을 받는다

삶은, 현실은 그만큼 극적이고 숨 막히기 때문이다

리키는 새로운 일자리로 택배를 선택한다.

"너는 자영업자야"

지점 관리자의 설명을 듣고 일하지만 본인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할부금 내는 차에 가족을 태울수도 없고 수취인들의 비위도 맞춰야하고 회사의 규정도 따라야하며 일이 있어도 마음대로 쉴 수가 없다  

사실 복지국가, 선진국이라는 유럽에 대한 환상이 있는터라 몹시 놀랐다

유럽도 택배기사는, 특수고용노동직은 똑같구나
유럽도 삶은, 자식 키우는 부모는 똑같구나

와이프 애비는 간병인이고 돈도 못받는 추가 근무를 회사 사정에 맞추어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딸은 정서적으로 심약하고
아들은 중2병으로 매사 반항적이다

서민 대부분의 삶,
많은 일용직, 특고직 노동자들(배달대행, 운송직, 야쿠르트 아줌마, 학습지 선생님들), 1,2차 산업 종사자들은 

모두 노동법따위는 무시한 채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에 오래 노출된다.

그래야 그나마라도 벌기 때문인데

업무상 규정은 모두 지켜야하지만 

연차, 주52시간 근무,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실적급, 상여금, 퇴직금 등 복리후생에 관한 모든 부분에서는 갑자기 <자영업자> 대우를 받는다. 복지 부분은 모두 '자영업자' 이니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다

리키와 애비는 성실히 일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일상에 작은 균열들이 생긴다

중2병 아들은 자꾸 일탈을 하고 학교에서 정학을 맞고 결국 절도를 하다 경찰에 잡힌다

부부가 둘 다 일을 하니 빠질수가 없고 아들은 전과자가 되기 직전이다. 막는 방법은 보호자가 출석하는 것.

리키는 택배회사로부터 벌점과 벌금을 부과받고 경찰서로 가 아들을 데려온다 

아들 걱정, 돈 걱정, 회사의 압박 
리키는 불안하고 가정은 자꾸 불화한다

열심히 일해서 행복해지고 싶을 뿐인데 쉽지가 않다

추스리고 정신없이 배송하다 소변 볼 시간도 아까워 차에서 페트병에 소변보던 그 때 절도범들이 나타나 리키를 구타하고 택배를 훔쳐간다

병원에 엑스레이를 찍으러 온 리키에게 전화를 한 회사 관리자는 변상할 금액에 대해 고지할 뿐이다

온 가족이 말리는 아침, 리키는 부러진 손가락, 엉망이 된 얼굴로 택배차의 핸들을 돌리며 운전한다

그리고 운다

비로소 알게된다 미안해요 리키

사실 리키는 우리고 우리는 리키다

세상의 모든 리키들에게 우리는 미안하다 
이 모든 상황이 부조리하고 사회의 시스템이 병든 줄 알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무뎌졌거나 하는 모든 일련의 일들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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