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창업, 예정된 결과.
2016년 10월 9일 이 날은 내 인생 가장 절망적인 날이었다. 이 날은 8월부터 준비한 나의 카페 첫 오픈날이었다. 그 전날 까지도 밤을 꼬박 새었지만 부푼 마음과 기대감으로 힘든 기색하나 없었다. 그러나 곧 몇 시간 후 나는 내 자신을 죽고 싶을 만큼 원망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오픈 첫날 하루 매출 24400원. 3팀의 테이블을 끝으로 집으로 귀가했다. 가게를 마감하고 나설 때부터 이미 눈물은 흐르고 있었고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심장이 뛰는 탓에 속이 울렁 거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한 병 반가량 비우고 베개를 적시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슷했다. 텅비어져있는 매장에 홀로 있으니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이런게 공항장애인가.. 이러다 스트레스로 죽는 건 아닌가 두려웠다.
정치학도로서 사회평론가를 꿈꾸던 내가 졸업을 5개월 앞두고 카페를 창업한 게 된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스테리다. 인생은 아이러니라더니 나에게 창업은 우연히 운명처럼 찾아왔다. 우연이던 운명이던 객관적으로 말하면 나는 전형적인 어쩌다사장이었다. 어쩌다 사장은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필연적으로 폐업으로 이어질 수 없는 자영업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마치 나를 위한 말 같았다.
이태백시대, 거기다 취업취약계층인 인문사회과학도였던 나는 취업의 막막함과 집안 사정으로 대학원 진학의 좌절로 카페창업의 길을 선택했다.동네에 꽤 괜찮은 단골카페 사장님과의 우연한 대화에서 그 일은 시작되었다. 카페아르바이트 경력이 4년가량 되었었고 베이커리 아르바이트도 오래했다. 그래서 카페운영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거기다 사장님이 계속해서 아가씨는 야무져서 자기보다 훨씬 잘 할 것이라며 부채질을 해댔다. 지금생각하면 내가 호구인지도 모르고 자신감에 으쓱했다. 가게를 인수하는 금액이 크지도 않았고 인수해서 손봐야하는 부분도 많지 않았다.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혼자서 운영하며 인건비를 아끼고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 대학원학비로 사용하고 이후 가게를 양도해 처분할 생각이었다.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이 순진하고도 멍청한 생각의 결과는 첫날부터 혹독했다. 무지의 댓가가 이리도 크다니. 전공상 사회적으로 자영업의 문제가 얼마나 큰지 그리 귀에 못이 박히게 배웠는데 역시 내 일이 되어봐야 아는 것이었다.
<이 매거진은 약 4년이란 기간동안 일매출 0원에서 140만원까지 성장을 담은 저의 창업 생존기입니다.
무분별한 창업시대에 방지턱이 되고자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솔직하게 썼습니다.
저의 창업에세이를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