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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장언니 Feb 02. 2020

#3. 설마 망하겠어?

창업에 대한 무지의 오만.

자영업이 포화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 창업을 한다는 건 탄탄한 준비과정과 단단한 마음가짐 모두를 요구하는 일이다. 아무리 진입장벽이 낮아도 공급이 포화이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생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시장의 어려움을 매일 뉴스로 접하면서도 철저한 준비 없이 쉽게 창업에 도전한다.




사람은 원래 내가 보고 싶은 거 내가 듣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폐업이 줄을 잇는 것, 최저임금 노동자보다도 수익이 적은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 명동과 강남 같은 메인상권도 권리금이 사라질 정도로 자영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성공사례에 더 집중한다. 사람은 본래 화려한 것을 쫓는다. 연일 뉴스로 보도되는 자영업의 위기보다는 백종원씨, 홍석천씨 같은 장사의 신들의 화려한 자영업성공담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 편향된 시각은 비록 처음에 어려울지라도 나도 노력하면 그들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어 창업에 뛰어든다. 애초에 창업에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정보를 습득하니 내가 원하는 사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답정너’인 것이다.




인간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존재재인지라 자기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거는 없다. 그냥 자기 자신은 남들과 다르며 자신에게 남들이 겪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고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창업을 결정했다. 장사가 안 되는 카페들은 사장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고 잘하면 왜 손님이 없겠어?'

'나도 하루에 커피한잔은 꼬박꼬박 사먹는데?'

'엄청난 대박은 아니더라도 무난히 유지비에 생활비까지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위와 같은 생각으로 카페창업을 결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 가서 말하기도 참 부끄러우며 굉장히 경솔하고 무례한 생각이었다. 실제 자영업자로 살아보며 많은 자영업자들을 만나고 나니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들만큼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도 없었다. 나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으며 당연한 결과로 혹독한 비극이 찾아왔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아닌 성공사례에 자신을 대입해 환상을 쫒는 것, 자신은 남들과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기중심적 생각은 무조건 창업자의 잘못이며 그 자체로 무지이자 오만이다. 그렇게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빈틈없는 준비가 아닌 그저 어림짐작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는 장사는 절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첫날 매출 2만원대를 기록하고 그 이후 한 동안 그와 별다를 것 없는 매출을 기록하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스스로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바로 깨달으며 매출이 마치 벌처럼 느껴졌고 그 무지의 오만에 대한 벌로 꽤 오랜 기간 혼쭐이 나며 나의 죄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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