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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장언니 Feb 12. 2020

#4. 사장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가게를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오랜 친구가 방문했다. 역시나 한산한 매장상황 덕에 친구와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는 가혹한 매출에  멘탈이 난도질당한 직후라 웃을 기력조차 없었고 친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혹시라도 손님이 오지 않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신경이 매장입구에 쏠려있었던 와중에 친구의 말이  가슴에 깊숙이 꽂혔다.
좋겠다. 너는 너의 가게가 생겼네
그때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대답했다.
그래. 나는  가게가 생겼지..근데 그걸 지키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직장인 친구에게는 작지만  가게가 생겼다는  부러웠을 것이다.  역시 카페를 창업하지 않았다면 카페를 연다는 친구를 속으로 내심 부러워했을지 모른다. 카페 사장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예쁜 공간의 주인이 되어 향기로운 커피를 음미하고 여유로움을 즐기며 돈도 버는 카페사장이라는 환상의 직업. 하지만 현실로 사장이 되어보니 사장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고 버티고 견뎌냄의 연속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준비나 직장생활  자신이 처한 힘든 현실을 벗어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창업을 하면  이상 피고용인이 아닌 고용주가 되어  좋은 삶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의 현실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사장이 되어보니 사장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한가하면 여유로워 보이지만 속이 타들어가고 바쁘면 바쁜대로 몸이 고생했다. 머리로는 매출에 대한 압박을 이겨내고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구성하면서 몸으로는 하루 종일 접객을 하며 온갖 잡무를 처리하는 사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다.



무엇보다 창업은 취업이나 직장생활보다 결코 쉽지 않다. 아직 30 안된 짧은 인생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장사였다. 입시와 취업과 비교했을  체감하는 경쟁이 비교가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육체노동은 말할  없고 상당한 자본이 걸린 싸움이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월등히 높았다. 열심히 해도 외부요인으로 실패할 수도 있으며,  열심히에 대한 방법도 수학의 정석처럼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게 맞게 직접 모두 찾아내야했다.



세상 모든 업은 각각의 무게가 있다. 내가 도전할 입장이라면  업의 이미지나 장점만이 아닌  업의 무게를 봐야한다.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다면 미스코리아의 화려한 왕관이 아닌 왕관을 쓰기까지의  노력을 봐야한다. 왕관을 쓰려는   무게를 견뎌라 라는 명언처럼 사장은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는 자리다.  순간 생존을 위해 가장 최전선에 나와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자리지 여유나 호사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자영업 포화인 대한민국에서 카페는 그중 레드오션중의 레드오션이다.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편이기 때문도 하지만 카페창업이 인기인 이유는 낭만과 환상도 일조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카페사장의 환상은 그저 환상일  현실의 레드오션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창업을 하려면 현실을 보아야 했는데 사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환상만을 쫒았던 것이니 짊어져야하는 무게가 당혹스럽고 버거울  밖에 없었다.



사장의 무게를 체감한 하고 나니 앞날이 까마득했다. 10kg 겨우 짊어지는 사람이 100kg 들으려니 그게 가당키나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던져버리거나 들기를 포기할  없었다. 그렇다면 100kg 들어 올리려면 매일매일 무게를 늘려가는 훈련을 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사장의 무게를 절실히 깨닫고 무게를 짊어지기 위한 초보사장의 진짜 장사공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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