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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장언니 Feb 24. 2020

#6. 일매출 0원으로 새로운 꿈이 생기다.



오픈하고 2주정도 되었던 날이었다. 어제와 같이 매장은 하루 종일 고요했다. 지난 몇 일간 새삼스럽지 않았던 일인지라 쓴 침을 삼키며 차분히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손님을 기다렸다. 오후가 지나고 날이 어둑해지는 데도 손님이 없었다. 초겨울이 시작되고 날이 정말 추웠다. 9시가 되었는데도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았다. 사실상 9시까지 손님이 없다면 더 이상 신규주문이 들어올 가능성은 적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잔도 못 파는 건 말이 안 된다. 근처에 11시 이후까지 하는 카페가 없는지라 12시까지라도 불을 켜놓을 각오였다. 하지만 그날은 믿기지 않게도 0원을 기록했다.  


새벽 2시가 가까워졌지만 집에 안가고 매장에 앉아 있었다. 맥이 빠지고 머리가 백지가 되었다. 아무리 내가 부족하다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 하늘을 원망했다. 근데 신기하게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이다. 오픈하고 울지 않은 날이 손에 꼽는데 하다하다 0원을 기록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그래 이제 더 내려갈 곳도 없네? 올라갈 일만 남은거야 더 내려갈 일도 없으니 더 힘들 일도 없어 앞으론 무조건 이것보다는 좋은 일만 생길거야’ 바닥을 마주하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보자 오기로 세상과의 결투 의지가 생겨났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으니 두려움도 사라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여기서 최고가 되겠다고. 지금은 손님으로 채워진 다른 카페들을 부러워하지만 언젠가 저 카페 사장들이 나를 부러워하게 만들겠다고.


처음에는 대박은커녕 내 직장인 월급의 인건비만 바랬던 나에게 원대한 목표와 불굴의 의지가 생겨났다. 어차피 바닥까지 간 거 두려울 게 없어졌고 나에게 엄청난 동기를 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나를 만들어주었다. 사람이 바닥을 치면 얻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결핍이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이 원동력은 어떠한 상황에 닥쳐도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 되어주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새벽 2시에 영업을 마감하기까지 15시간동안의 매출 0원. 그날의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0원을 파냐며 말도 안 된다며 믿지 않는다. 하지만 웃프게도 진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날에 매우 고맙다. 장사의 무서움을 모르고 창업한 나는 정신적으로 ‘아직 26살인데 이러다 빚지고 인생 망하면 어쩌지‘ 라는 극강의 공포에 질려 내일은 이보다도 더 장사가 안 되면 어떡하나 일분일초 걱정으로 단기간에 몸무게가 4키로나 빠졌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마주할 날들이 두렵지 않았다. 0원을 팔았는데 더 안 되어봤자 얼마나 안 되겠나! 덕분에 2주 만에 엄청난 맷집과 원대한 꿈을 얻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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