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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장언니 Feb 25. 2020

#7. 묻지마창업으로 도전이 아닌 사고를 치다.

사고를 쳤음 울지말고 수습을 해야지.



보통 안 좋은 결과를 생각하고 창업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청사진에 휩싸여 창업에 도전했고 그 안일함에 보기 좋게 곧장 현실의 무서움을 마주했다. 각오도 없이 안일하게 생각했으니 오픈 직후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매출에 내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휘청거리다 못해 쌍코피를 줄줄 흘릴 지경이었다. 다들 장사가 안 된다고 하지만 정말 내 카페만큼 장사가 안 되는 곳도 없었다. 방문하는 지인들마저 쉽사리 “괜찮아 잘 될거야” 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습게 보았던 카페창업은 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상대였고 내가 감히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여겨졌다. 8월에 덜컥 결정을 해 2달만의 초고속 창업한지 어언 2-3주. 지금 이게 꿈인가 생신가. 아직 내 비극에 빠져나오지 못한 어느 날 혼자 카페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숱하게 울었지만 그렇게 무의식중에 눈물이 난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가 따귀를 때린 것 마냥 정신이 번뜩 들었다. ‘정신차려 너가 뭘 잘했다고. 사고를 쳤으면 울지 말고 수습을 해야지’






장사는 정말 무섭고 대단한 상대였다. 하지만 바로 꼬리 내리고 폐업할 게 아니라면 자책과 후회로 의기소침하고 질질 짤 시간에 공부라도, 연구라도 하다못해 청소라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옳았다. 무식하면 가만이나 있지 왜 용감하게 나서서 이 사단을 만들었냐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내가 왜 이걸 한다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내가 만든 상황이니 내가 책임지겠다고 마음을 다 잡았다. 물론 0원 팔고 더 이상 앞날이 두렵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전에 비해 약간의 깡과 악다구니가 생긴거지 어찌 생존의 위협의 두려움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으리라. 아직 나는 악만 가득한 25살 핏덩이 애송이었다.





하지만 계속 최면을 걸 듯 자기암시를 했다. 스스로 자책하고 후회할 시간에 장사공부를 하자. 어떻게 하면 손님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자. 하다못해 청소라도 하자. 나처럼 어쩌다 사장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준비에 입각해서 창업을 해도 생각과 다른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들도 시장을 잘못 예측해 큰 손실을 보고 다시 재정비하는 과정을 겪는다.시장이 완전하게 예상가능하다면 세상엔 실패하는 사업이 극히 적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바로 대박을 맞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에 빠져 초반의 고전에 이미 망했다고 낙담하지만 실제로 시작하자마자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모든 것이 자리를 잡고 빛을 보기까지는 일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유명인사들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초반에 고전을 겪는다고 해서 반드시 끝까지 고전을 겪으라는 법은 없다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포기하지않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시작하면 반드시 역전은 일어날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세뇌했다. 모두가 처음은 서투르고 어려우니 결국 이 때 얼마나 정신을 다잡고 대처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어차피 장사가 잘 되도 사장을 괴롭히는 문제는 계속 있을 것인데 그러니 매출이 저조해 한가한 시기에 공부도 하고 정신력으로 버티는 연습을 잘 해 놓자고. 첫 시작 때 어려울수록 이 위기를 기회삼아 내가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자 성공으로 가기 위한 도약이라고 생각하고 정신력을 무장하는 시간으로 보낸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부정이 아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남들이 보았음 정신승리 오지네 했겠지만 내게만큼은 간절했다. 그렇게 매일 일분 일초 나는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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