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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장언니 Mar 17. 2020

#8.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간절함을 마음으로 읽으면 흔들리지 않는 동기가 생긴다



2만원 4만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혹여나 한 테이블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새벽 2시까지 불을 켜놓으며 하루도 문을 닫지 않고 홀로 가게를 지켰다. 그때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참 독하다. 멘탈갑이 라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25살에 사회경험도 없는 내가 무슨 깡으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는지 스스로 의아하다. 망연자실한 현실과 주변에 하나 둘씩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겁에 질린 채로 하루도 물러나지 않았던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좀 이상해졌나 싶지만 사실 나를 버티게 한건 타고난 내 자존심과 가난이었다.





남들에게 카페를 시작한 이유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 나는 대학원 진학의 좌절과 취업의 막막함으로부터 도피해 카페를 쉽게 보고 돈이나 벌자 라는 마음으로 창업했다. 묻지마 창업, 어쩌다 사장이면서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면 한심해 보일까봐 그럴싸하게 둘러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빠르게 폐업을 하고 “취업 안 되니깐 부모님이 해 주신거 아니야? 근데 망했다매” 라며 주변에서 수근 거릴 걸 생각하면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나는 자존심이  쎄고 자기애가 강한 편이다. 가뜩이나 도피성으로 창업했던 터라 스스로의 자괴감도 컸었는데 남들한테 실패했다고 인식되며 이야기거리가 되는 것은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만큼 끔찍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가난이었다. 남들은 내가 어린나이에 카페를 운영하니 ‘부모님이 하나 차려주셨구나’ ‘집이 여유있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굳이 말하자면 흙수저에 가깝다. 그리고 창업에 필요한 돈은 100% 대출이었다. 대학원을 가면 최소 2-3년은 수입이 없는데 우리집은 내가 하루빨리 자립해서 도움을 드려야하는 상황에 가까웠던 터라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기회라고 생각하고 성공해서 부모님께 보탬이 되자 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야무진 각오와는 반대로 매일 표정 없는 얼굴에 밥도 안 먹고(사실 당시는 밥 사먹을 돈이 없었다)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오히려 부모님 가슴에 큰 목을 박았다. 같이 살다보니 부모님도 내 상황을 다 아셨고 어린 너가 창업한다 했을 때 부모로서 말렸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당신을 원망하셨다. 내 무모함으로 부모님 속까지 뭉그러뜨렸는데 만약 여기서 그만두고 부모님께 경제적인 부담까지 드리는 걸 생각하니 진짜 한강물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둘째딸은 야무지다며 창업하겠다는 나를 꼬박 믿어주고 지지해주신 엄마얼굴을 생각하니 포기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늘 나를 자랑스러워하시던 어머니, 너무 힘들면 그만두고 오라며 본인이 더 괴로워하시며 월세 낼 돈이 부족하니 선뜻 본인의 쌈짓돈을 내어주시던 어머니가 없었으면 나는 끝까지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마음 고생시켜드린 걸 갚으려면 내가 반드시 이 상황을 이겨 내어 성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장사가 안 되면 그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이번 달 월세는 어떡하나를 시작으로 뉴스와 다큐에서 소개되는 비관적인 이야기까지 생각나며 이러다 내 인생 망하는 것 아닌가 까지로 이어진다. 더 빚이 생기기 전에, 더 시간낭비를 하기 전에 여기서 그만 두는 게 낫지 않을까 라며 합리화를 하며 숨을 조여 오는 현실과 스트레스에서 벗어 나기위해 일찌감치 폐업을 고려한다. 이를 극복 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밖에 없다. 창업 후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린다. 여기서 미래의 승패를 좌우 하는 건 내가 얼마나 정신을 다잡고 뜨거운 마음으로 헤쳐 나아가냐 이다. 처음부터 강철 멘탈로 계속해서 불같은 열정이 타오를 수는 없다. 자신의 미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이렇게 주문처럼 되새기며 자신을 세뇌해보자.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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