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는 수직성이 강조된 시로, 이 시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과 그에 반해 막 위로 밀고 올라가는 기온, 싹, 푸른 잎, 꽃의 생명력이 절묘하게 대비된다. 게다가 시인은 마침표 하나로도 쉼표 하나로도 이야기를 하는 존재인데, 이 시에는 그런 시인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다음에 찍힌 쉼표는 '그러나'와 이어지며 시의 반전을 유도하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의 쉼표는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은밀하게 올라오는 새싹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며 시를 천천히 낭독하게 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의 쉼표는 드디어 봄을 맞아 꽃을 피우는 나무의 절정, 그에 대한 감탄, 어떤 희열과 성취감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집 사과나무에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열렸다. 나는 식물의 개화를 볼 때면 황지우 시에 담긴 '수직성의 힘'을 느낀다. 땅으로부터 밀려 올라간 이 생명력. 이들이 하늘을 향해 위로 나아가는 것은 삶에 대한 강렬한 희구이며, 성취이자,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