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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쓰 Nov 20. 2023

하늘을 바라보며 한걸음

친구에게 쓴 훈련소 인터넷 편지

-제목 하늘을 바라보는 한걸음
오늘도 거리를 걷는다. 하염없이 시선은 하늘에 고정한다. 시간이 언제까지고 가길 바라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혹여나 내 질주가 멈춘다면 그저 느리게 꿈틀꿈틀 흐르는 시간을 의식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중도 귀를 찌르는 소음 때문에 끊겨버렸다. 나는 시선을 소음의 발원지로 옮겼다. 내 눈에는 과녁을 향해 사내들이 줄줄이 널브러져 총을 쏘는 장면이 보였다. 탕! 탕!... 사람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게 되는 강렬한 파열음. 아, 이것은 총소리이다. 소리는 끊이지 않고 불규칙하게 내 귀를 서슴없이 찔렀다. 잔인한 폭력은 총알에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구타한 것도 아닌데, 나는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정신에 온전히 받았다. 정신을 온전하게 돌아오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다 어떤 딱딱한 것에 머리가 부딪혔다. 나를 때린 상대에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내 어깨에는 총이 걸려있었다. 이른바 ‘어깨 메어 ‘라라 부르는 이 자세는 총을 들고 걸어가기 용이한 자세이다. 궁금증을 해결한 내 시선은 다시 하늘로 고정한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내 걸음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목적지를 향한 갈망 하나가 내 몸 전부를 지휘한다. 하지만 목적지는 너무 멀어 앞을 보아도 보이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 밖에 가능한 일이 없다. 빨리 걸을 수도 없다. 빠르게 걷든 느리게 걷든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같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 몸은 평소보다 많이 무겁다. 어깨에 있는 총뿐만 아니라 평소에 신지도 않을 검은색의 장화가 내 발에 당연한 듯 신겨 있다. 신발의 이름표에는 똑똑히 내 글씨체로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영문도 모를, 무겁기만 한 신발이 내 걸음을 온 힘을 다해 방해한다. 모든 것이 내 앞을 방해할지언정, 내 발은 묵묵히 앞을 헤엄쳤다. 그것이 목적지에 다다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걸음은 거대한 무언가에 막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내 숭고한 목적지를 향하는 길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분노의 시선을 하늘에서 앞으로 돌렸다. 눈앞에는 거대한 철조망이 보였다. 그 철조망은 내게 말을 걸었다. “21개월 뒤에 와.” 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언급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아무리 주변의 폭력을 버텨도, 결국 전역은 영겁의 시간이 흘러야 오는 것이다.


-즉석 단편소설 후기 위에 첨부된 주소로 알려줘


ㅋㅋㅋㅋㅋ 친구가 인터넷편지 써달라는 게 기억나서

생활관에서 20분 동안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작성한 즉석 단편소설입니다. 최근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어서 그런지, 의식의 흐름 기법이 술술 써지네요 ㅋㅋ 참고로 이 소설은 1190자 언저리의 길이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 편지의 최대 작성 글자 수가 1200자 이기 때문이죠!


친구가 제 의도대로 소설을 오락처럼 즐길지 기대하며 답장을 기다립니다. 뭐 골려주려는 것도 목적이지만요.

친구와의 이별을 계기로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어느새 혼자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와서 기쁩니다. 사실 형편없는 완성도이지만 그럼에도 저를 즐겁게 하기엔 충분하네요!


말년휴가 1주 남아서 그런가, 다시 창작 활동에 힘쓰며 전역 전 케이크와 함께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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