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를 하고 싶진 않지만
남들 다 딴다는 국민자격증, 공인중개사 자격증. 나도 준비중이다. 다들 딴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았는데 절대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작년엔 1차를 보았고 올해는 2차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 까지만 해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이사를 하며 만났던 부동산 사장님을 보고 나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다. 그 부동산 사장님은 60대 정도 되셨는데 내가 봐왔던 그 어떤 분들보다 여유있고 잘 사시는 것 처럼 보였다. 그냥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살고싶다.. 싶을 만큼.
작은 빌딩하나 지어놓으셨고, 땅투자로 자산도 많이 일구어 놓으셨다. 동네 공인 중개사 사무실 가운데에서도 중개 건수가 많은 편이라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도 많다고 하셨다. 지금은 실장님 한 분을 두고 있고 사장님은 중요하거나 큰 계약들 위주로만 하는 편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도 하셨다.
그야말로 시간과 돈이 다 있는 내가 추구하는 삶이었다. 그 모습만 보고 무작정 시험을 보겠다고 결심했다. 사장님이 나에게 공인중개사를 적극 추천해 주신 것도 한 몫했다. 다행히도 1차 시험은 합격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공부할 양도 많지 않아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올해다. 2차를 준비해야 하는데 고민이 된다. 공인중개사 일이 어떨지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것이 과연 나한테 맞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도 그럴것이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지라 내향적인 나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또 동네를 지나다닐때마다 보이는 부동산 간판이 너무 신경쓰인다. 많아도 너무 많다. 부동산 침체기 라는데 다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 틈바구니 속에서 내가 살아날 수 있을까? 저 많은 공인중개사 간판을 보고 있노라면 시작도 하기 전에 기가 눌린다.
최근에는 중개사 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 도서관에서 성공한 부동산 중개사가 성공담처럼 쓴 책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말 그대로 "중개" 하는 일이다. 파는 것은 부동산이지만 내가 내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줘야 일이 되는 직업이다.
이 나이에 적성 같은 걸 따진다니 배부른 소리일까? 남편도 회사에서 언제 잘릴 지 모르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사치인가? 남편도 일이 적성에 맞아서 매일 아침 회사로 향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걸까? 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다고 하니 내심 좋아하던 남편의 모습도 자꾸 눈에 밟힌다.
그러나 나는 내 성격을 잘 알기에 시작한 일은 아마도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10월에 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갈 것이다. 자격증은 딸 수도 있고 못 딸 수도 있다. 자격증을 따게 되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 보련다. 공부하기 싫어 이 핑계 저핑계 대지말고 그냥 일단 공부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