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장마와 뜨거운 더위가 얼마 남지 않은 6월의 마지막 주. 6월이 남긴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길 기다렸던 마음은 내내 미세먼지로 가득한 날을 보내며 차라리 뜨거운 여름아 빨리 와라 하며 외쳐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우리나라에 오는 사계절 기단이 뭐였지? 생각하며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이 쓸모 있는 지식이었구나 되뇌기도 했었습니다.
2018년 6월은 그득한 미세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제 목소리를 외쳐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그러하였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그러하였습니다. 유권자들은 소리 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았을 터이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그동안 참았던 목소리를 내며 세상에 변화를 외쳐댔습니다.
20대 나를 생각해봅니다. 그때도 모두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 쌓기에 고군분투했습니다. 지금과 차이점은 그때는 당연히 스펙을 쌓아야했고, 지금은 그 스펙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겠죠.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노력해 꿈에 그리던 회사에서 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위해 매일 같이 계속되는 야근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동갑내기 남성인 상사가 오기 전까지 말이죠. 자의반 타의반 사직서를 내고 모든 것이 내 탓이야 하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고 사직서 내길 잘했지하며 회상할 여유가 생긴 30대가 되었습니다.
혜화역에서 ‘불편한 용기’를 낸 여성들이 3차 시위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1차 시위 때는 1만명, 2차 시위 때는 2만명, ‘불편한 용기’에 대해 언급만 해도 온라인에서 매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7월 7일에 있을 3차 시위에는 3만명이 모인다고 합니다. 집회 참여자 대부분을 10대~30대, 서울 또는 수도권 거주 여성이라 짐작해볼 때 ‘3만명’은 얼마나 큰 숫자인걸까요? 뿌리박힌 고정관념으로 인해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보낸 나의 20대와 '무엇이 문제야' 라고 광장에 뛰쳐나와 소리치는 지금의 여성들을 보며 ‘미투’가 움직이게 한 작은 태엽은 다른 태엽들을 움직이게 하고 마침내 거대한 태엽들을 돌아가게 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마침내 그 태엽은 누군가의 비난에도 멈추지 않는 힘을 가지게 되겠죠.
‘진지하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로 ‘진지하다’라는 말을 거의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이미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을온예술의 사람들은 항상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본격적인 ‘진지’의 세계로 들어가다보니, 미약한 진지함을 가진 저는 진지한 마을온예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끄적끄적 낙서를 하곤 합니다. 지금 마을온예술 사람들이 하고 있는 진지한 고민들은 어떤 작은 태엽을 돌아가게 하려는 걸까요? 그리고 2016년부터 시작된 진지한 논제들은 2018년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성북문화재단 청소년문화공유센터와 함께하는 <공123>프로젝트, <아동 청소년 창의방앗간>, 성북교육지원청과 함께하는 <함지박 프로젝트>,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도서관이 살아있다>, <두근두근 미디어아트>에 이은 세 번째 꿈다락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인 <웹툰, 문학을 담다>까지 많은 프로그램들이 마을온예술 분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연구형 프로그램인 <웹툰, 문학을 담다>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만화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과 문학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만나 작은 태엽이 되고, 거대한 태엽을 돌아가게 하여 성북구를 대표하는 만화 콘텐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습니다.
떠들썩했던 6월을 보내고 이제 장마가 시작됩니다. 미세먼지가 씻겨나간 자리를 눅눅한 습기가 대신하겠지만 뜨거운 여름은 휴가라는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벌써 7월에 떠날 휴가 생각에 마음이 들뜹니다. 마을온예술 조합원님들과 소식지를 읽게 될 독자님들 모두 즐겁고 건강한 휴가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마을온예술 조합원 김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