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AN Apr 02. 2024

세련된 노예의 일기

느슨한 마음으로 회사 다니기

오늘도 밀려드는 이메일을 쳐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윗선에서 자기가 받은 메일을 보지도 않고 전부 패스하는데 리뷰할 것이 산더미였다.


주얼리처럼 예쁜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직업에서도, 이렇게 현실은 지쳐가는 일상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가끔은 우습기도 하다. 


일의 절대량보다 힘들게 하는 건 억울함이 아닐까? 남의 일을 부당하게 맡아서 한다거나, 업무 시간 초과하는 양의 업무량이 주어진다거나,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마음은 지쳐간다.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지금은 답답하고 지쳐가지만, 지나고 나면 새로운 기회가 결국 찾아오게 마련이다. 목표가 아닌 과정을 통해 살아갸아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도, 회사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면 어떨까. 마치 첫 연애처럼, 첫 직장도 평생 다닐 것 같겠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잠깐의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재밌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었다.


EVERYTHING FADES.

NOTHING LASTS.


WE'RE JUST A SNAKE

EATING ITS OWN TALE.


작은 일에 격분하고 쪼잔해지고 맘 상하는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 웃음 짓게 된다. 이렇게 울고 웃고 하는 게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는 열렬히 사랑하고 미워했던 순간도 다 그리워질지 모른다. 전 직장에서 지지고 볶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질 인연이었는데.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매일 아침 새로운 마음으로. 회사도 소꿉놀이하듯 신나는 마음으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만약 과거의 첫 출근일에 미래의 나를 본다면, 기뻤던 순간과 대조되어 정말 사람의 마음이 한순간이구나 싶겠지?


첫 시작이든, 마지막 순간이든 좋은 모습으로 있기를. 다행히 글쓰기를 통해 멈춰서 돌아볼 기회를 가져본다. 조금씩 성장하는 속도에 집중하기로 한다. 너무 빠르게 가려고 하지 말고, 속력을 조절하면서 조금씩.


처음 영어를 공부할 때만 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헀는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게 된 기쁨도 잠시, 그리고 점점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된 기쁨도 순간, 이제는 슬슬 불만이 샘솟는 것이 정말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크고 새로운 일들을 생각하면서, 아직은 모험을 멈추기에는 너무 이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숨은 야근의 나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