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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N Apr 19. 2024

낯선 곳에서 나를 이끌 때

완벽하지 않아도 준비하는 마음


오래전부터 남편은 유학을 준비했다. 사실 남편이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는 의아해했다. 한국에서 사는데 별 문제가 없는데, 굳이 힘든 고생을 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자극받고, 나도 뭔가 할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영어도 부족한 남편이 끈질기게 미국 대학원의 합격 통지를 받아내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그동안 나도 미국에서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고, 야간으로 다닐 학교도 등록했다. 덕분에 스타트업에서도 일해보고, 다신 안 볼 것 같던 책도 다시 손에 잡았다. 갑자기 일이 커져서 ‘엄마의 도전’처럼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언어도 환경도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나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어릴 적에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미국에 가서 살기도 했지만, 30대가 넘으니 자꾸만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리 잡고 사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낯선 도시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게다가 3살짜리 말썽꾸러기 아기가 새로운 환경을 좋아할지 의문이었다.


어디든 집이 될 수 있을까.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뭘까. 가족이 함께 지내고 스스로가 위안을 느낄 수 있다면 그곳이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어디서든 그런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내 집이 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내 집도 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달이면 벌써 미국에서 여름학기가 시작된다. 나는 미리 수업도 듣고, 가족들이 살 집을 준비하려 홀로 떠나기로 했다. 엄마와 하루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기가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되지만, 비자 문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먼저 떠나야 할 것 같다. 과연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환경에서 더 많이 성장하고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닦아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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