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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나 라잎 Apr 29. 2023

센서링 테이스팅: 보타니컬 캐릭터 @WSA 와인 아카데

Sensory Tasting: Botanical Character

즐겨 찾는 WSA에서 봄을 맞이해 꽃과 허브향을 공부해 보는 센서링 테이스팅 클래스가 열렸다. 알림이 오자마자 클릭, 결제 완료!


늘 꽃과 함께하지만, 이렇게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아본 적은 없었다. 자기의 매력을 저~ 멀리까지 뿜어내는 꽃의 향기만 노력 없이 맡아온 듯.


클래스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꽃은 그 종류마다 고유의 향기가 있는 줄 알았더니, '색깔'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똑같은 프리지아도 노란색 프리지아에서 나는 향과 보라색 프리지아에서 나는 향이 다르다. 색의 캐릭터를 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프리지아의 향은 노란색 프리지아 향으로, 좀 더 화사하고 상큼(?)한 향이다. 보라색 프리지아에서도 프리지아 향이 나지만, 그 느낌은 다르다. 진해진 색처럼 좀 더 깊고 진한 향이 난다.


흰색, 분홍색, 빨간색 꽃에는 모두 장미잎이 있었는데, 흰색 꽃잎은 붉은 장미잎과 확연히 다른 향을 풍겼다. 흰꽃에서는 '백합'에서 나는 향과 비슷한 향이 난다. 백합 향은 어떤 향이냐고? 뭔가 좀 청초한, 물 향 같기도 하고, 아침 이슬이 맺힌 숲 속이 떠오르기도 한다. 분홍빨간 장미 잎에서는 딱딱한 복숭아 껍질 향이 나서 깜짝 놀랐다!


이제 허브향! 각각의 허브향에 대한 나의 느낌.

유칼립투스: 호주 까베르네 쇼비뇽에서 많이 나는 향. 스파이시하면서도 찌릿함!이 있다.


타임 허브: 레드 와인에서 많이 나는 향. 쓴 향이 많이 난다. 쓴 약초 같기도 하고, '오렌지 껍질'같은 느낌도 있다.


펜넬: 정향, 아니스와 비슷하다 했는데, 나는 '치약'이 떠올랐다. 회사에서 점심 먹고 양치하고 온 옆 사람 냄새ㅋ


미나리: 미나리는 곱창전골에 넣어 먹으면, 정말 향긋해지는데, 그냥 맡아보니 그냥 풀향!?


아루굴라(루꼴라): 베르데호에서 나는 향. 역시 쓴 향인데, 타임과는 다르게 톤 다운된 다크한 쓴 향이다. 발산되지 않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여러 꽃 향과 허브 향을 공부해 보았으니, 이제 와인을 마시며 그 향을 찾아보기!


내 수준에 6병이나 테이스팅을 하면 혼돈의 카오스이기도 하지만, 양윤주 소믈리에님의 클래스는 콘텐츠도 와인리스트도 훌륭하고, 추가 와인과 수업 재료까지 준비되는 등 열정 가득한 수업인데, 와인을 테이스팅 하는 시간은 늘 쓩-하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소믈리에님의 테이스팅 노트에 나의 허접한 감상을 짧게만 추가해 봄.


Loimer, Ried Kaferberg Gruner Veltliner Kamptal 2020

로이머, 리드 케퍼베르크 그뤼너 벨트리너 캄프탈 2020

Gruner Veltliner 그뤼너 벨트리너 100%
오스트리아 > 캄프탈 Kamptal

청사과, 레몬 껍질, 흰꽃, 노란꽃, 미나리, 아루굴라, 처빌, 펜넬. 첫 번째 와인이라 그랬는지 모르지만, 향의 발산도가 굉장히 좋다 느꼈던 와인이다. 미네랄리티도 돋보였고, (나는 잘 못르겠지만;;)화이트 와인임에도 타닌, 쓴맛이 있는 와인이었다. 일본 가정식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Henri Bourgeois, Sancerre Les Baronnes 2021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레 바론 2021

Sauvignon Blanc 쇼비뇽 블랑 100%
Fance > Loire 루아르 밸리 > Sancerre 상세르

노란 체리, 황도, 파인애플, 노란꽃(프리지아), 하얀꽃(사과꽃, 아이리스, 아카시아). 쇼비뇽 블랑만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와인에서 꽃향을 찾아내기는 아직도 어려운 것 같지만, 노란 꽃향이 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Domain Schlumberger, Pinot Gris G.C. Spiegel 2018

도멘 슐름베르거, 피노 그리 그랑 크뤼 슈피겔 2018

Pinot Gris 피노 그리 100%
France > Alsace 알자스

절임 오렌지, 살구, 모과, 꿀, 흰색꽃(자스민, 아카시아), 장미잎. 마시는 순간 너무 달아서 깜짝 놀랐다! '꿀'의 달달한 뉘앙스가 굉장히 강하다. 알자스의 피노 그리는 진~하다더니, 이런 거였군! 씁쓸한 타임 허브 느낌도 있다.


Giacomo Fenocchio, Barolo Bussia 2017

지아코모 페노키오, 바롤로 부시아 2017

Nebiolo 네비올로 100%
Italy 이태리 > Piemonte 피에몬테

타트체리, 석류, 오레가노, 타임, 멘솔, 홍찻잎, 빨간꽃(히비스커스, 장미), 보라꽃(프리지아, 제비꽃). 여러 가지 허브향과 홍차, 또 제비꽃 향도 느낄 수 있었던 와인. 여태까지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많이 느꼈던 향인데, 이제야 그게 홍차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Domaine Saint-Cyr, Moulin a Vent, La Bruyere 2020

도멘 생-씨르, 물랭 아 방 라 브뤼예흐 2020

Gamay 가메이 100%
France 프랑스 > Bourgogne 부르고뉴 > Beaujolais 보졸레 > Moulin a Vent 물랭아방

라즈베리, 레드 체리, 펜넬, 유칼립투스, 타임, 빨간꽃(장미), 보라꽃(프리지아, 바이올렛). 쓴 허브향이 잔뜩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메이 품종의 또 다른 모습!


Philippe Vandelle, Vin Jaune I'Etoile 2015

필립 반델, 뱅 존 레뚜알 2015

Savagnin 사바냥 100%
France > Jura 쥐라

넛츠, 아몬드 껍질, 호두, 샐러리, 미나리, 월계수잎, 그린 올리브, 흰꽃(릴리). 처음 맛보는, 너무나 궁금했던 뱅 존! '위스키'같은, '쉐리'같은 느낌이 든다. 사바냥 품종의 와인을 사모으고 있었는데, 모두 이런 맛이라면…! 하지만, 이 수업에는 꼭 어울리는 와인으로, 허브향이 이보다 강렬하게 느껴질 순 없다! 위에 나열된 것 외에도 타임, 펜넬 같은 진한 허브향이 느껴졌다.

 


이 수업으로 느끼지 못했던 향이 갑자기 느껴지는 건 아니다. 와인에서 어떤 꽃 향과 허브 향을 발견해내고 싶다면 그 꽃과 허브의 그림이 내 안에 또렷하게 그려져 있어야 한다. 수업에 준비된 재료들을 보니 일상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비싼 아로마 키트를 사지 않아도 훈련이 가능할 것 같다. 테이블 위에 장식된 꽃, 음식 위에 살포시 올려진 허브를 이제 지나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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