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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순간은 선물 Nov 14. 2016

내가 행복한 세계일주

위험하니 가지마

로마를 사랑하여 네 번이나 이탈리아를 온 여행객 뿐 아니라 많은 여행들이 뜯어 말렸다.

이탈리아 남부는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그래도 정 가고 싶으면 일일투어 등을 이용하라고.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며 그들의 조언에 따르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두려움에 결정을 변경하려는 내 약한 모습이 싫어,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이스탄불에서 우연히 만나 약 두 달 동안 같이 여행을 해온 미애와 헤어져 베네치아에서 나폴리로 향했다.
하지만 밤늦게 마지막 기착지인 나폴리 역에 내릴 때 쯤
열차 안에는 사람도 1/3 밖에 없는데다,
왠지 모르게 불량해 보이는 한 무리들이 눈빛이 교환하는 듯 한 풍경이 포착되자
두려움에 온몸이 긴장되었다.
떨리는 심장을 마인드 컨트롤로 진정시키고,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인상 좋아 보이는 어르신들 옆에 바짝 붙어서 무사히 하차 후

민박집 사장님과 만나기로 한 역 근처로 갔다.

쓰레기로 가득한 나폴리 거리

근데 생각보다 역에서 미팅 장소까지 거리가 멀고,
가는 길은 공사 중이라 어수선 하였으며,
그나마 가로등까지 얼마 없어 기차 안에서 느껴졌던 두려움이 다시금 일어났다.
‘괜히 왔나’싶은 마음을 애써 지워가며 도착한 동상 주변에는 쓰레기로 가득차고,
노숙자들로 보이는 술 취한 사람들까지 몇 명 보였다.
근데 설상가상 예약한 민박집에 전화를 드렸더니 “알았어요”라는 말만하고
30여분이 지나도 사람이 나타나지를 않았다.
극한 긴장감과 두려움에 떨던 나는 갑자기 오기가 치밀며
내 아무리 무서워도 이렇게 고객을 방치하는 그곳에 잘 수 없다는 생각에
예약치소를 하려고 전화기를 다시 드는 순간 옆에서 웬 한국인 목소리가 들렸다.

“** 민박집 오셨어요?”
알고 보니 내가 예약한 민박집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단다.
그러면서 다른 민박집을 하고 있는 아저씨께 조금 전 전화를 걸어
**에 한국 손님 있으니 데려가라 했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담 사전에 내 예약은 왜 받은 건지,
그리고 그 늦은 밤 설명도 없이 나를 방치한 것도 모자라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다른 민박집으로 나를 안내할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났지만
늦은 밤 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민박집 사장님이 차려 주시는
따뜻한 저녁에 금방 화가 사라졌다.

암튼 이렇게 이탈리아 남부의 시작은 두려움과 화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옛 나폴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스파가 나폴리"와
쉬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 꼬불꼬불한 길에 여기저기 걸려 있는 빨래들,

스파카 나폴리

거리 가득 메운 크리스마스 장식품들과 사람들
그리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구경하던 나를 불러
한보따리의 선물을 안겨 주던 130년 된 달력/포장지 등을 제작하던 작은 기념품 가게 아저씨들~

- 됐다고 해도 이것저것 자꾸만 주시려 던 이분들 대문에
난 한겨울에도 행복한 땀을 한 바가지나 흘려야 했다.

맘이 좋은 기념품 가게 아저씨들로부터 받은 작은 선물들

또한 얼마나 자부심이 있었으면
피자 프레지던트란 이름을 지을 정도로 유명한 나폴리 3대 피자집 중 하나에서 먹었던
마르게리타 피자 덕분에 이제는 나폴리가 따뜻하게만 기억된다.

살레르노 '빛과 행성 축제'

그리고 두려움 뒤에 만났던 따듯한 느낌 때문인지
소렌토, 아말피, 포지타노, 카프리, 살레르노 등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만나느라 생각보다 오래 이탈리아 남부에 머물렀다.

소렌토 풍경

무엇보다 남부 최고의 아름다운 기억은 ‘신들의 산책로’였다.

남부 프리아노에서부터 바다의 신 넵튠의 연인의 이름을 딴 바닷가 마을 포지타노에 이르는 산등성이를 걷는 길을 일명 "신들의 산책로"라 부른다.
십자가 전쟁 당시 군수 물자를 운반하던 길이었다던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와 같은 이름으로 현재는 불리고 있다고.
나폴리에서 기차, 버스 갈아타고 가 약 4시간 정도 걸었던 이 길에서
한 무리 양떼들도 만나고,

우리네 절처럼 경치 좋은 곳에서 신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수도원도 보고,
그냥 빵과 치즈, 귤, 커피가 전부였지만
햇살 가득한 최고의 경치 좋은 곳에서 먹었던 점심은 최고의 만찬이 되었다,
더불어 그냥 그대로 걸으면 하늘과 맞닿아
정말 신과 만났을 것 같은 이 아름다운 저 길은 이탈리아 남부 최고의 기억이었다.

신들의 산책로를 걸으며~~

특히 빼놓을 수 없는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
누구나 그 훌륭함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먹고 느낀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난 먹었다.
나폴리의 유명한 4대 피자 모두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왔던 ’다 미켈레‘까지.
그 예술적인 피자를 먹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렸다.
엄청난 인파들과 함께~.
‘다 미켈레’를 포함한 나폴리의 4대 피자가게, 그 모두가 너무나 훌륭했다.
맛과 가격, 어디하나 밀리지 않았다.
- 내가 알던 레귤러 사이즈보다 훨씬 크다.
가격도 레귤러한판에 5.5유로 정도로 정말 착한 가격이었다.

지금도 그립다~!
그 훌륭한 마르게리타 피자가~!
그래 난 다시 나폴리로 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기 위해.